장례식장·화장장 찾는 이 없어
조유나 양 가족이 탄 승용차가 바다 위로 인양되고 있다. 서인주 기자 |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전남 완도 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유나 양 일가족은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 주변의 구조의 손길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가족 3명의 마지막 한 달, 일가족 3명이 주고받은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장례 절차 동안 장례식장과 화장장에 얼굴을 비친 이도 없었다.
3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남부경찰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5월 한 달간 조양 가족 3명의 휴대전화 송·발신내용을 분석한 결과, 각각 발신전화는 5건 안팎으로 확인됐다. 이 5통 안팎의 전화도 대부분 가족 3명이 주고받은 전화였다.
조양 부모의 경우 외부의 전화는 생의 마지막 한 달 가운데 7일을 머문 완도군 신지면 펜션 관계자와의 통화 한두 통, 그리고 은행에서 걸려온 전화 두 통이 사실상 전부였다. 조양 부모는 형제자매와 친척 등이 있었지만 지난 5월 통화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조양 역시 부모와의 통화, 친구와의 통화 등 지난 5월 주고받은 전화는 채 10통이 되지 않았다.
탐문수사에 경찰은 “형제자매 등 가까운 사람과는 연을 끊다시피해 전화도 왕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며 “가족이 외부와 단절, 고립돼 있었다”고 밝혔다. 일가족이 살았던 광주시 남구 백운동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변 미용실, 교회, 학원, 마트 등의 주민도 한결같이 “처음 보는 아이”라며 “기자들이 오기 전엔 이 동네에 산 줄도 몰랐다”고 전했다.
조양 가족의 마지막 길도 외로웠다. 조양 가족의 유해는 부검을 마치고 지난 30일 광주시 남구의 한 장례식장으로 옮겨졌지만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곧바로 광주 영락공원을 옮겨져 발인부터 화장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은 물론 학교와 교육청, 정치권 누구도 얼굴을 비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조양 가족의 유해는 화장장에 한 달간 임시 안치됐다. 이 기간 유가족이 장지를 결정하지 않으면 유골은 인근 동산에 뿌려지게 된다. 일가족 3명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친척도, 주변의 누구에게서도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했다. 열 살 조양과 젊은 부모, 마지막 가는 길 역시 누구도 배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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