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 단속 사실상 안해
광주 남구의 한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중장비를 이용해 폐콘크리트를 파쇄한 후 적치해놓은 모습.[박정석 기자] |
[헤럴드 경제·남도일보 공동취재단(광주)=황성철·박정석 기자] 광주광역시 남구지역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들이 폐기물을 불법적으로 선별·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관리·감독 기관인 남구는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취재진이 지난 14일 오후 찾은 광주 남구의 한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 사업장 안에선 건설폐기물 배출 현장에서 운반해온 폐기물을 중장비를 이용한 파쇄 및 분리 작업이 한창이다. 같은 날 남구의 또 다른 업체에는 건설 현장에서 들여온 폐콘크리트가 파쇄된 채 사업장 일부에 적치돼 있었다.
하지만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사업장 내에서 폐기물을 파쇄 및 분리·선별 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폐기물 처리 권한이 있는 ‘중간처리업자’만이 이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집·운반업자는 건설폐기물을 적정하게 처리 또는 보관할 수 있는 장소 외의 장소로 운반해서는 안 된다. 단 수집·운반업자가 임시보관장소 승인을 받아 적재 능력이 작은 차량에서 적재 능력이 큰 차량으로 폐기물을 옮겨 싣기 위한 경우는 예외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수집·운반업자가 임시보관을 승인받은 장소에서 폐기물을 파쇄하거나 분리해도 불법에 해당한다. 특히 오염방지 시설도 없는 상태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폐기물을 옮겨 싣기 위한 임시보관장소를 승인받는 데만 해도 비산먼지·침출수·악취 방지를 위한 방진벽·방진덮개·바닥포장·지붕설치 공사 등이 이뤄져야한다. 남구에서 불법 선별이 이뤄지는 수집·운반업체 사업장에는 이 같은 시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류·처리 비용 부담때문에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중간처리업체가 대부분 광주시 외곽에 위치해있어 물류비용 부담이 크다. 여러 폐기물이 섞인 혼합폐기물을 받아주는 중간처리업체도 찾기 힘들다. 따라서 관행적으로 수집·운반 업체가 자체 처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련업계 한 종사자는 “돈 되는 폐기물은 따로 선별해 판매하는 동시에 폐기물의 부피를 줄여 중간처리장에서의 처리비용을 줄이는 일이 공공연하다”며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을 통해 우리도 폐기물 분리 권한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실정에도 관할 지자체인 남구의 단속·적발 건수는 최근 3년여간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광주시 5개 자치구의 건설폐기물에 대한 수집·운반업자의 불법 선별 적발 건수를 살펴보면 동구와 남구가 각각 0건이다. 서구 18건, 북구 13건, 광산구 21건이다. 동구의 경우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4곳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남구(13개소)가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구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편사항이나 민원 접수사항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점검 업무가 생각만큼 이루어지지 못했다” “빠른 시일 내에 점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의 한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업체가 건설폐기물을 중장비를 이용해 파쇄·분류 작업 중인 모습.[박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