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한 외국인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서울에 취직해 상경한 착한 첫째 딸은 엄마 아빠 잘 있으라는 말도 남기지 못하고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30일 이태원 압사 사고 뉴스를 본 어머니와 아버지는 전날 '친구 만나러 이태원에 간다'는 딸과의 통화가 떠오르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은 부재중 통화만 수십 통 쌓여가자 불안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답답한 마음에 부모는 집 근처 파출소로 뛰어갔고, 확인한 딸 아이의 휴대전화 위치는 '이태원'이었다.
부모는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하자마자 바로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온갖 곳을 수소문하며 자식을 찾았지만, 돌아온 건 눈 감은 딸 아이의 모습이었다.
심폐소생술(CPR) 흔적조차 없는 딸의 모습은, 살려보려는 누군가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떠난 것 아니냐는 생각에 부모의 마음은 두 번 찢어졌다.
항상 웃고 밝았던 첫째 딸, 올해 2월 입사 시험에 합격해 서울로 혼자 상경한 후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공부도 이어왔다.
최근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단짝과 '이태원 놀러 간다'는 말에 부모는 "갔다 와. 다녀와서 면접 준비해"라며 흔쾌히 승낙했지만 그게 딸 아이와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다.
다음 주 광주에 오기로 했던 딸을 기다리던 부모는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난 자식과 함께 광주로 왔다.
휴대전화 앨범에 저장된 딸 아이 사진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하던 어머니는 "아이가 너무 예뻐요. 꽃다운 나이잖아요. 아직 할 일도 많고 결혼도 해야 하고…" 라며 "아직 아이 마지막 모습을 못 봤어요. 보면 아이를 떠나보내는 것 같아서 지금도 못 보겠어"라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인파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통제하지 않을 수 있냐"며 "지금도 애타는 부모들이 많이 있을 거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이태원을 갔던 A씨 친구의 빈소도 이날 자정께 같은 장례식장에 나란히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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