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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한해 500만 찾는 ‘관광담양’, 상인·관광객 모두 뿔났다
담양군, 메타프로방스 등 관광지 주정차 단속에 뒷말
정작 위험한 곳은 단속 외면 이중잣대 속 논란 확산
상인 “매출 폭락” 한숨…관광객 “다신 안 올 것” 분통
주차장 협소한데 대안없는 일방적 탁상행정 도마위
주말 메타프로방스 핵심 상권에 주정차 단속이 강화되면서 상가 앞 도로는 텅 비어 있다. 불법 주정차한 차량은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담양)=서인주 기자] “관광지는 주말과 공휴일 장사로 먹고살아요. 코로나19로 폐업위기를 간신히 버텨왔습니다.”

“담양군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매장 바로 앞에 주정차 단속카메라를 달더니 과태료 딱지만 뿌려대고 있습니다. 줄었던 매출이 또다시 반 토막 났습니다.”

지난 10월 30일, 한 해 관광객 500만명이 찾는 전남 담양 메타프로방스와 죽녹원 일대는 가을 단풍철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소문난 곳이다.

하지만 가로수길 메타프로방스 인근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담양군이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면서 인근 상인과 관광객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사고 우려가 더 큰 인근 도로는 단속을 외면하는 등 이중잣대 논란도 일고 있다. 서인주 기자

담양군(군수 이병노)이 주말과 공휴일 핵심 상권 주변에 주정차 단속카메라와 요원들까지 배치하면서 손님들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관광상권은 주말과 공휴일 매출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한다.

실제 단속카메라 주변 도로는 한산했지만 사각지역이나 단속 범위를 조금만 벗어나도 주정차 차량들이 도로를 가득 채웠다. 대형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만 공간이 적어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메타프로방스사업 기획 시 주차장 확충 등 수요조사가 미흡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광도시를 내세운 담양군이 주차장 확보, 편의시설 확충 등 대안 없이 단속만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근시안적 탁상행정에 분노가 치밉니다.”

10여년 전 황무지나 다를바 없던 이곳에서 커피숍을 운영해온 A사장은 속이야기를 털어놨다.

A사장은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오시는데 ‘단속에 걸렸다’며 수차례 항의하는 민원이 늘고 있다. 담양군이 수백만원 상당의 과태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수십억, 수백억 손해로 돌아올 것” 이라며 “이 일대 자영업은 코로나로 매출이 급감했고 폐업도 속출했다. 이번 단속으로 일대 상권은 또 한번 초토화됐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에서 담양을 찾은 관광객 B씨는 “주차장도 부족하고 차 댈 곳도 없는 관광지에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면 불안해서 누가 오겠느냐” 며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아야 다시 올 텐데 이런 것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가로수길로 유명한 메타프로방스는 연간 50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죽녹원, 가로수길이 뜨면서 인구 5만 담양은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가 됐지만 관광정책에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담양군이 수년간 유예했던 죽녹원과 메타프로방스 담양88로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주변 상권 쇠락을 호소하고 있다.

도넛가게를 운영하는 C사장은 “주정차 단속 대신 범죄예방 등을 위한 CCTV 마련이 정작 더 시급한 상황” 이라며 “밀가루, 식용유, 인건비 등 안 오른 게 없다. 장사로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 군이 어렵게 살린 지역상권을 죽이고 있다” 꼬집었다.

행정의 이중 잣대도 도마 위다.

사고 우려가 더 큰 메타프로방스 깊은실길은 아예 단속을 하지 않으면서 형평성 논란을 사고 있다.

담양레이나CC 진입로인 깊은실길의 경우 3차선 가변 차로로 차량 출입이 잦고 불법 주정차가 많은 곳이다. 도로 여건상 중앙선 침범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골프장 진입로인 깊은실골은 3차선 가변 차로에 주정차 차량이 많아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례가 많다. 사고 우려가 크지만 이곳에는 주정차 단속카메라가 없다. 서인주 기자

단속 말고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담양88로의 경우 중앙분리대 부지와 갓길 등 3m가량 여유 부지가 확보돼 있다. 군이 주차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별다른 대안과 고민 없이 단속만 강화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정철원 담양군의원은 “주차장 부족이 근본 원인이다. 가로수길 진출입 시 병목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만큼 군이 이 일대를 매입해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이라며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 잘못하다가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근석 담양군 재난안전과장은 “불법 주정차 단속은 교통편의시설 확충과 교통편의를 위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며 “현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맞춤형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메타프로방스는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휴양지로 유명한 프랑스 프로방스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병노 담양군수가 공무원 재직 시 투자유치단장을 맡아 사업을 이끌었다.

주말과 공휴일이면 일대 주차장은 차 댈 곳을 찾기 힘들다. 사업설계 당시 주차장 확보 등 대안 마련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서인주 기자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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