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가 내년 시즌 일정을 발표했다. 랭킹에 따라 참가 선수 수에 제한을 둔 예선이 없는 시그니처 특급 대회 8개를 발표하고, 플레이오프 대회에 진출해도 이듬해 풀시드 선수 랭킹을 50명으로 줄이는 등 예전 일정과는 사뭇 변화가 있는 모습이었다.
PGA투어는 LIV골프의 출범 이후 대회 포맷의 변경 등 많은 변화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상금의 차이다. LIV골프와 경쟁하기 위해 대회 상금이 거의 2배 가까이로 늘어났고 상위권 선수들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액수의 상금을 챙기고 있다.
PGA투어와 LIV골프 두 단체의 갈등 가운데 필 미켈슨과 로리 매킬로이 등 유명 선수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서로를 비방했지만, 그 중에 세계랭킹 3위인 존 람은 유독 조용했다. 람은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상반기에만 4승을 챙겼고, 4대 메이저 대회 중 마스터스 우승, 디오픈 준우승을 기록했다.
람은 PGA투어에 속해 있지만 LIV골프로 간 미켈슨, 세르히오 가르시아와는 여전히 좋은 친구 사이라고 말했다. 최근 LIV골프 대회에서 최종 라운드 58타를 친 브라이슨 디섐보에게도 정말 대단한 성과라며 축하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LIV골프가 없었더라면 PGA투어가 겪고 있는 지금의 변화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람은 PGA투어가 겪고 있는 여러 변화 속에 최근 기자회견에서 진지한 질문을 하나 받았다. PGA투어에서 단 한가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게 무엇이겠느냐는 질문이었다.
그에 대한 람의 대답은 매우 코믹하고 단순했다. 매 홀마다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것. 이미 여러 번 투어에 얘기했지만 답변을 못받았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최상의 기량을 자랑하는 람이 원하는 것은 어디에 화장실이 있는지 확인해서 그에 맞춰 화장실을 가는 것이 아니라 원할 때 화장실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경기 시간이 무려 5시간 동안 진행되다 보니 경기 직전 선수들이 꼭 들러야 할 곳은 화장실이다. 올해 디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람은 화장실을 7번 들락거렸다. 브룩스 켑카가 브라이슨 디섐보의 슬로우 플레이를 지적하며 나온 이야기였지만 그날 람은 화장실을 편하게 자주 갈 수 있어서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2018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버바 왓슨은 경기 도중 다음 화장실이 어딨냐며 동반자인 카메론 스미스에게 물었다. 카메론은 다음홀 티에 있다며 말해주었다. 왓슨은 페어웨이를 걸어가며 이 샷을 집어넣고 빨리 화장실을 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벙커에서 샷을 홀컵에 넣어버렸다. 화장실 가고 싶은 마음이 좋은 샷을 만들었다는 우스운 이야기다.
선수들이 그래도 상금이 적어지는 것보다 매홀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
〈KL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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