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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극단의 정치에 사라진 민생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가 충돌 직전의 초(超)위기 국면에 봉착했다. 작금의 우리 정치권 상황이 꼭 그렇다. 그 바람에 정기국회는 사실상 마비되고 민생은 실종 상태다.

18일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대화는 사라지고 극한 대립만 남아 있는 우리 정치권의 참담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19일째 곡기를 끊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병원으로 이송됐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각,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국회로 들고 왔다. 이 대표는 병실에 누워 수액을 맞으면서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강 대 강으로 치닫는 여야 무한 대립의 끝이 어디인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정치 현안을 두고 여야가 서로 대치하는 것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총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는 그 강도가 커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 상황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듯하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 총리 해임 건의안이 함께 올라오는, 전례 없는 상황을 목격할 가능성도 크다. 강경 대치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극단 정치의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경제와 안보 상황 역시 초위기 국면이다. 2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 빚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서 청년층의 고통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드는 상승세를 보이자 물가 재상승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60조원에 이른 세수 펑크도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다. 이 와중에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관계가 강화되면서 안보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고 뾰족한 탈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고착화 조짐마저 보이는 저성장 기조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어 걱정이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그 해결점을 찾는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 그러나 모든 민생 이슈는 정쟁 소용돌이에 휩쓸려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다. 여야 갈등의 실타래를 푸는 빌미는 결국 여권이 제공하는 게 순서다. 이 대표의 단식정치를 바라보는 여권의 시각은 곱지 않은 건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진정성 있는 단식 중단 권유로 출구를 마련해야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아닌 민생정치의 복원을 위한 대승적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민주당도 ‘피해자 코스프레’는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원내 절대 다수를 가진 제1야당은 정치의 대상이 국민과 민생이어야 한다. 한 걸음씩 물러서면 해법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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