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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반도체 효과’ 제조업 생산 반등, 한국경제 터닝포인트로

지지부진하던 한국 경제의 ‘상저하고’ 경기회복론에 모처럼 청신호가 켜졌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8월 전(全)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2.2% 증가했다. 이는 2021년 2월 2.3% 증가한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산업생산 증가를 견인한 것은 광공업이었다. 광업과 제조업, 전기·가스업에서 모두 생산이 늘어 전월보다 5.5%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13.4% 늘어 지난 3월(30.9%)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예술·스포츠·여가를 중심으로 0.3% 늘었다. 설비투자는 3.6% 늘어 지난해 8월(8.9%)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때맞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도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기업들의 9월 수출액이 99억3600만달러를 기록해 8월보다 1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만의 최고치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생산 규모를 줄여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생성형 인공지능(AI)시장 확대로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공백기를 메워줬던 자동차는 여전히 수출전선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고 굳게 닫혔던 중국 시장으로 한국 제품 수출이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에 힘입어 9월 무역수지는 37억달러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6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이자 2021년 9월 이후 2년 만의 최대 규모 흑자다. 아직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이른바 ‘불황형 흑자’라는 꼬리표가 붙지만 우리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21년 27.9%로, 제조업 최대 강국 독일보다도 높다. 총수출에서 반도체와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0%, 25% 안팎이다. 제조업과 반도체, 중국 시장이라는 3대 요인이 살아나야 정부가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경기 상저하고의 흐름을 탈 수 있다. 탈(脫)반도체와 중국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불황기에 대비해 과중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이지, 시장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품목과 시장 다변화는 가야 할 길이지만 아직은 반도체와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을 찾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우리 경제는 지금 ‘고금리·고환율·고유가’의 3고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하나하나가 제조업과 수출환경을 어렵게 하는 요소들이다.

4분기가 한국 경제의 반등 터닝포인트가 되도록 하려면 이 같은 리스크를 뚫고나갈 안전판이 필요하다. 정책당국은 우리 기업이 이 같은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규제 완화, 금융 지원 등 기민한 지원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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