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수현(오른쪽)이 시상식에서 금메달 북한 송국향(가운데), 은메달 북한 정춘휘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함께 시상대에 올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지난 5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 A그룹 경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는 북한 송국향과 정춘희, 한국 김수현이 참석했다.
송국향은 합계 267㎏으로 266㎏의 정춘희를 앞질러 우승했다. 김수현은 243㎏으로 3위를 차지했다. 북한 역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무대였다. 북한은 이날까지 여자 역도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쟁취했다.
금메달을 딴 송국향은 "오늘 목표는 이 기록(267㎏)이 아닌 세계 기록(북한 림정심의 278㎏)이었다. 정말 아쉽다"며 "오늘 중국 선수(랴오구이팡)가 이 자리(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가하지 못했다. 부상이 심하지 않은지 걱정"이라고 했다.
정춘희는 "중국 선수가 오늘 생일이다. 축하 인사를 전한다"며 "중국 선수가 빨리 나아 실력으로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했다.
랴오구이팡은 인상 경기 중 부상을 입었다. 북한 선수들의 이 말은 3위가 중국의 랴오구이팡이 되길 바랐다고도 해석할 수 있었다.
5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를 마친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이날 금메달을 차지한 송국향, 은메달을 차지한 정춘휘 등 북한 메달리스트들이 메달을 받은 뒤 자리를 나서자 대회 관계자가 동메달을 차지한 김수현과 기념촬영을 권하고 있다. [연합] |
동메달을 받은 김수현은 "나는 3번째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며 "기분이 좋아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몰랐는데…. 중국 선수 생일을 축하한다"고 했다.
김수현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송국향과 정춘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웃었다. 미소를 들키고 싶지 않은 듯했지만, 어깨는 미세하게 들썩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 선수들의 미소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도 주로 굳은 표정을 유지하곤 했다.
김수현은 "내가 림정심 언니를 좋아한다. 정심 언니보다 더 잘하는 선수 2명과 경기하게 돼 영광"이라며 "목표를 더 크게 잡고, 이 친구들만큼 잘해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림정심은 2012·2016년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다. 2019년에는 합계 278㎏을 드는 등 세계 기록을 세웠다.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에서 대한민국 김수현이 용상 3차 시기 138kg의 바벨을 들어올리는데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 |
송국향과 정춘희는 다시 진지한 표정이었다.
송국향은 북한 역도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이날까지 열린 여자부 5체급 금메달을 싹쓸이한 비결을 묻자 울컥해 20여초간 말을 멈추기도 했다.
송국향은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훌륭한 제자 뒤에 훌륭한 스승이 있다는 말이 있듯, 오늘 우리 성과 뒤에는 감독 동지들의 수고가 많았다. 이런 훌륭한 감독 지도자를 널리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송국향은 "세계에서 앞장서 이기고, 이겨도 통쾌하게 이기는 게 우리 조선 선수들의 한결같은 결심이자 목표"라고 했다.
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kg급 그룹 A 경기에서 대한민국 김수현이 용상 2차 시기 136kg의 바벨을 들어올리는데 성공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