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1TV ‘이웃집 찰스’는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서 정착,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들의 고충도 들어보며 공감하는 교양프로그램이다.
2014년 파일럿으로 시작해 2015년부터 정규방송으로 8년째 전파를 타고 있다. 지난 8월 400회를 맞았고, 최근에도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낯선 한국 땅으로 온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취업, 결혼, 육아 등에 대해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다양한 고민을 포함하는 한국적응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과 그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에서 우리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교감을 시도하는 것, 그래서 다문화정책 발전에 기여한 점은 공영방송의 수신료 가치를 실현해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웃집 찰스’는 몇년전만 해도 아시아인들이 주로 출연했지만 이제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동, 러시아, 구소련 국가들, 아프리카, 북중남미까지 확장돼, 전 세계 사람들이 출연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K-콘텐츠의 글로벌화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송정에서 독일맥주양조장을 운영하는 독일인 안드레아스와 정민 부부, 경남 양산에서 삼남매가족과 함께 살며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영국인 마튜와 보영 부부의 이야기는 큰 재미를 주었다. 나는 독일 뮌헨 근교 양조장 가문 막내 안드레아스가 운영하는 툼브로이를 가봤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맥주집이 돼있었다. 요즘은 한국인 없는 K-팝 걸그룹 ‘블랙스완’이 출연하고 있다.
‘이웃집 찰스’의 정효영 CP는 400회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주한 외국인 220만 시대에 그들의 친근한 모습을 담고 있다. 많은 외국인이 함께 해줬고, 이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함께 하는 이웃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모습이 틀린 모습으로 보이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효영 CP는 방송에서는 이들의 갈등도 솔직하게 담고 있지만 세태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정 CP는 “방송이다 보니 갈등 요소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외국인도 그렇고 시부모, 처가댁 부모님을 보면 마음이 열려있고, 낙천적인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냐고 하면 우리 아들이 사랑하는데 뭐가 문제에요 라고 한다. 최근에는 한국인 부모가 반대했다는 답을 얻기 어렵더라”면서 “오히려 외국에서 시집온 며느리가 얼마나 사랑스럽냐고 하더라. 최근 한국사회는 젊은 이들 사이에서 고부갈등이 많은데,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이 없고 가족들이 이방인에게 오히려 따뜻하게 소속감을 느끼게 잘 해주더라. 억지로 행복한 모습을 연출하는 해피엔딩이 아니고, 실제로 다정한 모습이 많이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정 CP는 “여기서 태어난 친구들이 군대를 가고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알아보는 모습을 담으려고 하고 있다. 예전에는 외국인은 도와줘야 한다는 느낌이 있었다면, 이제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거주하는 이웃으로서 어떻게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더라. 그걸 정직하게 담으려고 노력한다. 작년 동네통장찰스도 본인들이 방범대를 꾸리고 이웃을 돕는 모습을 스스로 하고 있어서 담은 것이다”면서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도 많이 발전했다. 공무원들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있더라. 하남시는 다문화 어린이를 위한 이중 언어 교육을 해서 담기도 했다. 예전처럼 특이하고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같은 사회 일원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나운서 강승화도 “유럽은 이럴 것이다. 아시아는 이럴 것이다. 어느나라 사람이 시끄러울 것이다.이런 게 편견이고 와전이다. 교육이 우리와 다른 곳도 있고 비슷한 곳도 있다. 아시아라 해도 우리와너무 다른 곳도 있다. 사람들마다 다 다르구나. 편견이라는 하나의 잣대만 가지고 보면 안되겠구나 하는 걸 이웃집 찰스를 하면서 느낀다”고 털어놨다.
정 CP는 “이웃집 찰스가 이웃 사람을 포용하는 걸 배워나간다. 아이들이 자주 나온다. 이 아이들이 미래에는 소중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 언어 2~3개는 기본이고, 다 예쁘다. 외국인 멤버로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진지하게 한다면 1등국가가 될 것이다. 이웃집 찰스를 그래서 관심 깊게 보시길 바란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차이를 느낄 필요 없다”고 말했다.
홍석천은 “1995년 초창기부터 이태원 반지하부터 시작해 외국인들과 교류해왔다. 브루노도 그때 알게됐다. 그때에 비하면 대한민국의 위상이 엄청 올라갔다. 지금은 전세계 외국인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꿈을 이루려고 찾는 나라가 됐다. 국격이 올라간 걸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는 미얀마에서 온 완이화다. 노래를 잘하고 가수를 꿈꾸는 소녀였다. ‘이웃집 찰스’에 출연한 후 미얀마에서도 유명해졌다고 하더라. 완이화 아버지 등 가족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이 터졌다. 이웃집 찰스를 보면서 눈물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찰스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웃집 찰스’에서 화목하고 좋은 모습만 있는 게 아니다. 브루노도 매니저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이방인들의 한국 정착은 쉽지 않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국가라고 얘기하지만 여전히 편견이 있고 이방인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하다. 소수자 아이들의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앞으로도 ‘이웃집 찰스’가 그런 고민을 이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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