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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건’ 아냐? 500원 더 냈는데…” 메가커피, 오트밀크 옵션 판매 ‘눈속임’ [푸드360]
오트밀크 옵션에 동물성 지방 함유된 ‘우유’ 사용
소비자 “식물성 음료인 줄 알았는데 혼란스러워”
메가커피 측 “홍보 문구는 2월에 이미 수정…향후 명확히 안내”
서울의 한 메가커피 매장 키오스크. ‘오트밀크변경’ 옵션은 추가금 5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키오스크에 안내된 것처럼 서울우유 ‘귀리우유’ 제품이 들어간다. 전새날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일부러 추가금까지 내고 식물성 음료인 ‘오트밀크’로 바꿔 마셨는데, 생각보다 걸쭉하고 단맛이 났어요. 뭔가 이상해 찾아보니 동물성 지방이 포함된 우유가 들어가더라고요. 당연히 비건(Vegan·채식주의자) 메뉴라고 생각했는데, 속은 기분이었습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MGC커피가 ‘오트밀크’를 음료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음료 제조 과정에서 동물성 지방이 포함된 ‘우유’가 들어간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오트밀크는 우유 대신 오트(귀리)로 만든 ‘식물성 음료’라고 알려져 있지만, 메가커피가 동물성 지방이 포함된 우유 제품을 사용하면서 소비자에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트밀크=대체유”…메가커피, 대체유 아닌 동물성 지방 포함 우유 제품 사용
대체 옵션 출시 당시 홍보 이미지. 오트밀크를 ‘식물성 음료’라고 안내하고 있다. [메가MGC커피 제공]

13일 업계에 따르면 메가커피는 올해 1월 오트밀크를 음료 옵션 중 하나로 출시했다. 현재 메가커피에서는 라테 등 음료에 들어가는 우유를 오트밀크로 바꿀 수 있다. 해당 옵션에는 500원의 추가금이 붙는다.

문제가 된 것 중 하나는 출시 당시 홍보 문구다. 메가커피는 오트밀크 옵션을 “부담 없는 칼로리의 식물성 음료”라고 안내했다. 소비자는 오트밀크라는 옵션과 식물성 음료라는 문구만 보면 동물성 지방이 포함되지 않은 음료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

오트밀크는 오트밀로 만든 식물성 우유다. 즉 ‘밀크(우유)’라는 이름이 붙지만, 소의 젖에서 짠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일종의 ‘대체유’로 봐야 한다. 콩으로 만든 두유를 ‘소이밀크’라고 부르지만,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메가커피가 오트밀크 옵션 음료 제조시 사용하는 서울우유 ‘귀리우유’ 제품 [서울우유협동조합 제공]

하지만 메가커피에서 오트밀크 옵션을 주문하면, 음료에 우유가 들어간다. 메가커피가 오트밀크 옵션에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귀리우유’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서울우유의 귀리우유 영양성분표를 보면 해당 제품은 유당분해 우유 50%와 6곡 혼합분말 40% 등으로 구성돼있다. 서울우유도 제품 출시 당시 “국산 원유를 유당 분해해 만든 제품”이라고 성분을 밝혀 소개했다.

즉 서울우유의 귀리우유 제품에는 소에서 짜낸 ‘원유(源乳)’가 들어가기 때문에 ‘대체유’가 아니다. 우유가 들어가는 메가커피 오트밀크 옵션을 식물성 음료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다.

“동물성 지방 포함된 음료, 식물성 음료라고 보기 어려워”…메가커피, “홍보 문구 이미 삭제”
식품공전 기타음료 분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 캡처]

국내에서는 식물성 음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구분이 이루어져 있지는 않지만, 전문가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동물성 지방이 포함된 음료를 식물성 음료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식품위생법 제14조 식품공전은 배합비와 제조‧가공기준에 따라 음료류를 분류하고 있다.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두유를 소이밀크라고 부르지만 두유에 우유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오트밀크 역시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다”며 “오트밀크 같은 대체유는 비건을 대상으로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우유 등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우유자조금위원회 관계자는 “식품공전을 보면 우유류와 기타음료류가 구분돼있고, 우유는 원유 100%인 제품을 뜻한다”며 “서울우유 귀리우유에는 성분표에서도 볼 수 있듯 원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식품공전의 정의를 종합해보면 이 제품을 활용해 만든 음료를 식물성 음료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메가커피 관계자는 “2월부터 이미 홍보물에 식물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료’로 설명을 변경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건인 줄 알고 구매했는데…소비자 “대체유 아니라고 정확히 고지해야”

식물성 음료라는 홍보 문구는 삭제됐지만, 결국 오트밀크를 비건 식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에는 여전히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건은 정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데, 프루테리언(식물의 열매인 곡식·과일만 섭취)이나 비건(식물성 제품만 섭취) 등은 소의 젖에서 나온 우유도 마시지 않는다.

대체유로 만든 음료를 마시기 위해 500원을 추가로 지불했던 소비자는 원치 않게 우유를 소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직장인 김모(29) 씨는 “오트밀크라고 해서 바꿔 먹어봤는데 우유가 들어가는 것을 알았다면 아몬드밀크 등 다른 선택지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메가커피 관계자는 “원유가 함유된 귀리우유를 오트밀크라고 표현하는 것이 잘못된 표현이라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트밀크는 귀리가 들어가 식이섬유 함유량이 높은 음료다. 앞으로 문의가 들어오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메가커피 매장에서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료’로 잘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메가커피가 사용하는 오트밀크 제품은 ‘유당분해우유’이기 때문에 ‘유당불내증’이 있는 소비자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유 속 유당을 분해하는 요소인 ‘락타아제’가 부족한 사람은 우유를 마시면 소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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