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22일 7년 만에 내한 공연
“크로스오버 음악 매력, 새로움과 익숙함”
세계적인 팝페라 그룹 일 디보가 7년만에 내한 공연을 갖고 한국 팬들을 만난다. 데이비드 밀러(왼쪽부터), 세바스티앙 이장바르, 우르스 뷜러, 스티븐 라브리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
“한국의 일 디보(Il Divo)를 찾아라!”
2016년 한국 최초의 남성 사중창단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가 첫발을 디뎠을 당시 따라온 ‘상징적 슬로건’이었다. 일 디보는 ‘엑스팩터’, ‘갓 탤런트’ 시리즈의 ‘독설가’ 심시위원인 영국 프로듀서 사이먼 코웰이 만든 팝페라 그룹이다. 2001년부터 2년간 오디션을 통해 결성된 세계 최정상 그룹이자 ‘크로스오버’ 꿈나무들의 롤모델이었다. ‘팬텀싱어’에선 시즌이 이어질 때마다 일 디보의 명곡이 다시 불렸다.
“우리도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을 알고 있어요. 정말 환상적인 설정이에요. ‘크로스오버’ 장르가 한국에서 큰 감동을 주고, 우리의 음악이 젊고 가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니 너무나 기쁘고 영광이에요. 어쩌면 일 디보가 이 쇼의 특별 심사위원으로 나와 한국의 대형 보컬 그룹들과 듀엣을 할 수도 있겠죠?”
내한을 앞둔 세계적인 팝페라 그룹 일 디보의 데이비드 밀러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뜻의 일 디보는 데이비드 밀러(미국), 세바스티앙 이장바르(프랑스), 우르스 뷜러(스위스) 세 명의 테너와 바리톤 카를로스 마린(스페인) 등 4개국 음악가가 만난 글로벌 그룹이다. 전 세계에서 그간 30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치운 ‘크로스오버계의 슈퍼스타’다. 다음 달 21~22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의 내한공연을 통해 7년 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
한국을 찾지 못하는 팬데믹 동안 일 디보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19 동안 멤버인 카를로스 마린(바리톤)이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빈자리는 현재 스티븐 라브리가 채우고 있다.
밀러는 “카를로스와 같은 사람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놀라운 목소리, 악동 같은 유머 감각, 중후한 스타일의 매력과 음악적 감각까지 독보적인 재능을 갖춘 가수였다”고 추억했다.
그러면서 “일 디보는 항상 4개의 목소리로 노래하기 때문에 바리톤 없이는 활동을 지속할 수 없었다”며 “스티븐은 환상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멋진 사람이다. 목소리가 필요한 순간에 곁에 있어줬고,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다시 선 일 디보는 그간 “카를로스를 추모하는 투어”를 이어왔다. 올해부턴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분위기로 바꾸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한국 공연은 일 디보에게도 지금의 상황을 딛고 설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밀러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공연하기 좋은 장소 중 하나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특히 한국의 팬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다. 한국에 오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일 디보는 2007년 첫 내한 이후 세 번(2021, 2014, 2016년)이나 찾았다. 밀러는 2012년 공연을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관객 한 명이 무대로 올라와 카를로스와 춤을 추는 멋진 순간이 있었다”며 “한국 팬들이 우리와 우리 음악을 얼마나 즐기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며 벅차했다.
일 디보는 팝, 뮤지컬, 클래식 등 폭넓은 장르를 아우르며 다양한 언어로 이들만의 색깔을 담아 명곡을 만든다.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를 리메이크한 앨범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엔 스티비 원더를 발굴한 흑인음악의 산실인 모타운 레코드 60주년을 기념한 앨범 ‘포 원스 인 마이 라이프’를 냈다.
“크로스음악의 매력은 새로움과 익숙함이에요. 원본의 느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크로스오버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즐기면서 노래할 수 있는 음역의 곡을 고르는 것이 유일한 장애물이죠. 나머지 모든 것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새로움’을 만들기 위해 언어, 파트 분배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노래의 성격’에 맞는 언어를 찾는 것이 필수. 특히 “팝송의 느낌과 클래식, 오페라의 색깔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판단한다.
“예전엔 우리가 ‘클래식’이라고 생각하는 음악의 기법과 멜로디는 새롭고 독창적인 소재였어요. 때문에 종종 클래식 작곡은 ‘너무 대중적’(팝)이라는 이유로 탐탁지 않게 여겨지기도 했죠. 그렇기에 팝과 클래식은 많이 다르지 않아요. 보컬에 있어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클래식 테크닉은 클래식 훈련을 받지 않은 가수가 성취하기 힘든 부분을 더 채워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 명의 테너와 한 명의 바리톤의 파트는 “공평한 분배”가 원칙이다. 모두가 존재감을 낼 수 있을 만큼 “가능한 4명 모두의 목소리가 순서대로 나올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누군가 노래에 대해 특별한 열정을 느끼거나, 특정 목소리를 강조하기 위해 선택된 곡이라면 그 목소리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긴다는 설명이다.
2004년 데뷔해 어느덧 결성 20주년을 맞았다. 첫 녹음을 하던 당시부터 일 디보는 “우리 음악에 절대적 방향성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음악가로의 지향점은 있다. 진정성을 가지되, 자유롭게 ‘오늘’을 사는 것이다.
“우리가 창의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모든 것에 항상 열정, 창의성, 진정성을 100% 부여하는 거예요. 우리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 그 이상의 목표는 없어요. 미래에 대한 꿈은 확실히 가질 수 있지만, 미래의 행동을 온전히 예측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린 늘 현재에 100% 집중하려고 해요. ‘지금’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보려고 합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