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복원돼 15일 공개된 서울 광화문 월대 모습 [연합] |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 앞에 둘러쳐진 장막이 드디어 걷혔다. 그리고 100년 전 일제가 파괴한, 조선의 임금과 백성이 어울리던 곳인 월대가 위용을 드러냈다. 조선시대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임금이 백성과 만나던 ‘여민동락(與民同樂)의 한마당’이 다시 부활한 것이다.
월대는 넓은 단이나 계단을 활용해 건물의 위엄을 한층 높이는 역할을 했으며, 왕실의 주요 의례나 만남 등 백성과 함께 하는 각종 행사를 펼치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2006년부터 광화문을 복원·정비하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광화문 월대는 발굴조사 결과대로 길이 48.7m, 폭 29.7m의 육조 거리를 향해 뻗어 있는 모양으로 복원됐다. 전차 선로를 놓으면서 일제가 파괴한 지 100년 만이다.
문화재청과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는 월대를 복원하면서, 힘겨운 추적 끝에 원래의 석재와 유물을 다시 사용해 원형의 맛을 살렸다.
특히 일제가 경복궁 시설을 대거 파괴하는 과정에서 소실될 수도 있었는 문화유산을 삼성가가 지켜내 복원에 큰 힘이 됐다. 최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 유족 측은 월대 끝부분을 장식하는 서수상(瑞獸像·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을 전격 기증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소장했던 서수상 1쌍은 오랜 기간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 야외 전시장에 있었다. 많은 관람객이 봤을 법한 이 석상에 주목한 건 한 유튜버였다. 문화유산 전문인 그는 지난 2021년 9월 광화문 월대와 해태상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올리면서 서수상이 건재함을 알렸다.
큰 코와 눈이 돋보이는 서수상은 경복궁 중건 당시 만들어져 월대의 앞부분을 장식한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었다.
난간 양쪽을 장식하던 각 석조물이 제자리를 찾은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문화재청은 광화문 월대의 난간석 일부로 추정되는 석재들이 조선왕릉인 경기 구리 동구릉에 남아 있다는 국립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재 40여 점을 찾아냈다.
당초 문화재청은 동구릉에서 찾은 원형 부재를 난간 앞쪽에 모아서 배열하려 했으나, 난간석이 미세하게 다른 점을 확인해 각각의 위치도 특정해 정확한 순번에 놓을 수 있었다.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저녁 시민 500명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응천 문화재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화문 월대 복원기념식을 진행하면서 130m 길이의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여 국민의 갈채를 받았다.
함영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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