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함부로 못 사 먹는데... 다 버려야 하네.”
얼마 전 냉장고에 넣어뒀던 깻잎을 꺼내들고 30대 이모 씨는 울상을 지었다. 깻잎에 많은 검은 반점이 생겨버린 것이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금값’이 돼버린 깻잎을 그냥 버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신선도가 떨어진 깻잎은 독특한 향과 맛이 확 줄어든다. 하지만 깻잎은 신선한 보관이 쉽지 않은 ‘예민한 아이’다. 깻잎을 신선하게 먹으려면 수분을 잘 유지시켜야 한다. 가정에서는 물에 적신 종이타월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지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연구관은 “잎 면적이 넓은 깻잎은 수분 증발이 쉽게 일어나므로 수분이 부족한 경우에는 냉장고에 보관해도 금세 시든다. 따라서 가정에서 깻잎을 보관할 때는 깻잎의 잎자루(꼭지) 부분을 물에 적신 종이타월로 감싸 지퍼백에 넣은 후 냉장고에 보관하면 좋다”고 말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두 가지다. 우선 물의 양이 중요하다. 잎이 모두 잠길 정도로 물이 많으면 오히려 깻잎이 썩기 쉽다. 꼭지 부분만 물에 적신 종이타월로 감싼다.
냉장고의 위치도 신경 써야 한다. 냉장고는 공간에 따라 온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깻잎을 냉장고 안쪽(1∼4도)에 보관한다면 검은 반점이 생기기 쉽다.
최 연구관은 “깻잎은 저온 상태에 민감하기 때문에 냉장고 공간 중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검은 반점이 생기는 ‘저온 장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냉장고에서 깻잎의 적당한 자리는 안쪽보다 온도가 높은 ‘문 쪽 선반(5∼6도 정도)’이다. 깻잎뿐 아니라 바질, 파슬리 등 다른 허브류도 이 같이 보관하면 신선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보관이 까다롭지만, 깻잎은 특유의 강한 향과 맛을 지녔기에 다른 채소로 대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식재료로, 삼겹살의 ‘짝꿍’인 쌈채소인 동시에 고기·생선 요리에서는 느끼하고 비릿한 맛도 잡아준다.
풍부한 칼슘도 제공해준다. 농촌진흥청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100g기준으로 깻잎에는 칼슘이 296㎎ 들어있다. 이는 시금치(42㎎)에 비해 7배 높으며, 동료 쌈채소인 상추(95㎎)와 비교해도 3배가량이나 된다. 또 칼슘이 뼈에서 나가는 것을 억제해 주는 비타민 K도 풍부하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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