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아메리 샤르자도서청장이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엑스포센터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헤럴드경제(샤르자(UAE))=신소연 기자]“중동과 아프리카 등에는 9억5000만명의 어린이들이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교육에 대한 갈증이 크다. 아직 이곳의 출판 시장 전망은 밝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등장과 학령 인구 감소 등으로 국내 출판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출판 허브’를 지향하며 책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아랍에미리트(UAE) 내 7개 토호국 중 하나인 샤르자다. 샤르자는 중동에서 가장 큰 규모인 샤르자국제도서전을 올해로 42번째 개최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엑스포센터에서 도서전을 총괄하는 아흐메드 빈 라카드 알 아메리 샤르자도서청장을 만났다. 알 아메리 청장은 샤르자가 세계 최초로 만든 출판 정책 전담 조직인 샤르자도서청을 수 년째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알 아메리 샤르자도서청장이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엑스포센터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그는 샤르자가 책을 국가의 핵심 사업으로 키우는 이유에 대해 “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샤르자는 전체 국민의 10%만이 원주민이고, 나머지 90%가 200여개의 나라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다.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원활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책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책의 이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출판 산업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책 외에도 재밌는 즐길거리가 많아진데다 학령 인구의 감소로 책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샤르자는 원주민이 전체 국민의 10%밖에 되지 않는 인구학적 특성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샤르자를 포함한 UAE 주민이 연간 읽는 책은 평균 6~10권. 독서 시간은 53시간 내외다. 독서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2021년 현재 1인당 연간 7권을 읽는 것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샤르자도서청은 UAE의 출판산업 규모가 오는 2030년까지 6억5000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14년 1억3000만 달러에 비해 5배 가량 크다.
알 아메리 샤르자도서청장이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엑스포센터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알 아메리 청장은 이처럼 출판산업 전망이 희망적인 것은 중동과 아프리카 일대의 유소년 인구가 많아 시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중동 및 아프리카에는 9억5000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있고, 이들은 아직도 교육에 대한 갈증이 크다”며 “샤르자가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출판 허브로서 역할을 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샤르자는 지난 2014년 출판 관련 플랫폼인 SPC(Sharjah Publishing City)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설정했다. 이곳에서는 법인세 면제와 외국인 지분 100% 소유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덕분에 작가, 도서 유통 등 8000개의 라이센스가 등록했고, 450개 이상의 출판사가 영업 활동을 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다만 이곳에 진출한 한국 출판사 및 작가들은 아직 없다.
그는 샤르자가 한국을 도서전 주빈국으로 초청하는 등 교류를 시작한 것에 대해 “(중동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높아졌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며 “책 뿐만 아니라 K-팝이나 K-컬처, 관광 등 중동 지역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면서 한국과 아랍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