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진 관람료·콘텐츠 부재에 관객 ‘요지부동’
연말 대작 예고에도 흥행 기대보단 우려 앞서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극장가의 침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영화를 보는 관객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1월이 통상적인 비수기임을 고려하면 11월 관객 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9월과 10월의 한국영화 관객 수는 각각 467만 명과 429만 명에 그치며 50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이는 코로나 이전과 크게 상반된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9월과 10월의 한국영화 평균 관객 수는 700~800만 명에 달했다. 특히 2019년 9월의 한국영화 관객 수는 1200만 명에 가까웠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관객 수는 턱 없이 낮다. 지난해 9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900만 명에 달했다.
영화계에선 당초 코로나 앤데믹 이후 극장가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돌았다. 실제로 ‘범죄도시 3’가 크게 흥행한 6월부터 극장가는 코로나 이전의 모습을 되찾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범죄도시 3’가 흥행했던 6월의 한국영화 관객 수는 941만 명으로 올해 가운데 가장 높은 월별 관객 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6월(994만 명)과 비교하면 사실상 완전히 회복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러한 흐름세는 극장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의 흥행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여름 극장가에선 수백억 원을 투자한 국내 대작들이 쏟아졌지만 관객들은 요지부동이었다. 8월의 한국영화 관객 수는 939만 명에 그치며 1000만 명조차 넘지 못했다. 코로나 이전 2000만 명을 가까이 동원했던 2019년 8월(1798만 명)과 비교하면 약 절반인 52%에 그친 셈이다. 지난해 8월(1214만 명)과 비교해도 관객 수는 크게 줄었다.
이 같이 관객 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배경에는 비싸진 영화 관람료와 OTT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는 콘텐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상된 관람료가 극장가의 문턱을 높인 상황에서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까지 부재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개봉이 밀린 영화들이 뒤늦게 나오면서 콘텐츠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인식한 듯 대형 멀티플렉스들은 영화 관람료 인하 등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멀티플렉스들은 매주 수요일 영화 관람료를 7000원으로 낮추는 등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형 멀티플랙스 관계자는 “여름 시장과 추석 연휴 극장가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며 “수요일 영화 관람료 인하도 ‘극장가 분위기상 이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나’의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연말을 노린 국내 작품들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는 22일 배우 황정민·정우성 주연의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29일 이동욱·임수정 주연의 ‘싱글 인 서울’이 개봉하고, 다음달엔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최종장인 ‘노량: 죽음의 바다’가 관객들을 찾는다.
다만 지난 여름 시장이 기대만큼 흥행하지 않은 만큼 연말 극장가의 한국영화 성적도 미지수라는 관측도 있다.
배급사 관계자는 “더 이상 통상적인 극장의 성수기가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연말 극장가도 제작비 규모나 배우 라인업보다는 결국 관객들 사이에서의 입소문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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