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팬덤·뜨거운 재패니메이션 인기작용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새 애니메이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속 한 장면 [대원미디어 제공] |
역대급 혹평이다. 그러나 역대급 흥행 속도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지난달 25일 개봉 이후 12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는 20일 넘도록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던 로맨틱 코미디 ‘30일’도 가뿐히 추월했다.
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지난 3∼5일 사흘간 32만6000여 명(매출액 점유율 38.1%)을 동원해 직전 주말에 이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148만여 명이 됐다. 이는 국내에서 개봉한 스튜디오 지브리 영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그러나 흥행세와 달리 영화에 대한 실제 관람평은 혹평이 줄을 잇는다. 이야기가 난해하다는 이유에서다.
영화는 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이사한 소년 마히토가 우연히 신비한 세계에 발을 들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이 신비한 세계가 3차원 혹은 4차원으로 그려지면서 관객들에겐 다소 친절하지 않게 전개된다.
영화의 일부 설정도 관객들의 공감대를 사지 못하고 있다. 마히토의 아버지가 자신의 처제와 재혼하는 설정은 관객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마히토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군수공장을 운영하는 집의 아들인 설정과 그의 엄마가 미군이 일본을 공격한 도쿄 대공습으로 목숨을 잃는 설정은 제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관객 실관람평인 CGV 골든에그지수는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 가운데 역대급으로 낮다. 골든에그지수는 개봉 직후 66%를 기록하며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골든에그지수가 이날 기준 72%로 소폭 올랐으나 ‘용감한 시 민’을 비롯한 다른 영화에 비해선 여전히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흥행세를 유지하는 것은 하야오 감독라는 네임드 감독의 팬덤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하야오 감독은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이미 두터운 팬덤을 구축한 감독이다. 관객들에겐 그저 묻고 따지지 않고 보는 감독인 셈이다. 특히 그가 은퇴를 번복한 뒤 내놓은 첫 신작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홍보 전략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다른 영화와 달리 개봉 전까지 시사회는 커녕, 특별한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다. 네임드 감독의 작품의 무(無) 홍보 전략은 오히려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재패니메이션에 대한 뜨거운 관심 역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흥행을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앞서 올해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각각 555만 명, 475만명을 동원하면서 전체 영화의 흥행 순위에서 3위와 5위를 차지했다. 재패니메이션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인기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재패니메이션의 경우 N차 관람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게도 더욱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GV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재패니메이션 N차 관람 비중은 11.9%로 지난 2019년에 비해 6.1% 늘었다. 이 가운데 올해 ‘더 피스트 슬램덩크’는 N차 관람 비율이 28.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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