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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오락가락 일회용품 규제, 현장서 작동할 대안 내놓아야

정부가 식당,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철회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편의점 비닐봉지 사용도 당분간 단속하지 않기로 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고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지만 본격 시행을 보름 앞두고 돌연 정책을 폐기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앞서 일회용품 사용 증가에 따른 자원 낭비와 환경 피해를 줄이고자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음식점·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매장 안의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의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1년간 과태료(300만원)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뒀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추가 비용 발생으로 더 힘들어진다며 반발이 컸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설거지를 감당할 수 없어 따로 직원을 고용하거나 기계를 도입해야 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종이 빨대 사용 등에 대한 불편감과 위생 문제 등으로 불만이 적지 않았다.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추진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상공인연합회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은 “비용 증가·인력난·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으로 반기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이번 철회가 일회용품을 마냥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각국은 사용량을 줄이는 데 정부와 시민이 힘을 모으고 있다. 이젠 생산과정에서 탄소감축이 이뤄지지 않은 상품은 수출 길도 막히는 게 뉴노멀이다. 그런데 우리는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이 1인당 88kg으로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일회용컵 1년 사용량은 300억개에 이른다. 자연분해되는데 20년 이상 소요되고, 소각 매립시 미세플라스틱과 발암물질로 환경은 물론 인체 피해가 크다.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친환경 정책은 그동안 누려온 편리함과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하는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일방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충분한 계도기간을 갖고 더 나은 아이디어를 모아가며 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효과가 크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대체재와 재활용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야 한다. 종이컵 회수율이 평균 25%에 그치는 건 둘째 치고 회수해도 코팅제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분리수거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일이다.

정책은 무엇보다 일관성이 중요한데, 현장에서 불만이 크다고 손바닥 뒤집듯 하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만큼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비단 일회용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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