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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라는 세계(정지섭 지음, 사이드웨이)=갑질, 집단 이기주의, 마녀사냥, 조리돌림. 200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에서 중요한 공동체로 자리 잡은 맘카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이처럼 부정적이다. 네이버에만 존재하는 맘카페는 올해 기준 1만2000개. 맘카페는 어느새 엄마들의 정보 공유 창구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 됐다. 동시에 가장 문제적이고 논쟁적인 공간이 돼버렸다. 일각에선 맘카페의 정치화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한때 폐쇄 운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5년 이상 맘카페를 운영한 저자는 신간 ‘맘카페라는 세계’를 통해 맘카페 집단의 본질과 특성, 그리고 점점 고립된 성처럼 변해가는 사회적 맥락 등을 자세히 살펴본다. 저자는 ‘마녀들이 쑥덕이는 소굴’처럼 보이는 맘카페는 한국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한계와 병폐를 드러내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블랙박스라고 강조한다.

▶발효 음식의 과학(크리스틴 바움가르투버 지음·정혜윤 옮김, 문학동네)=박테리아, 효모, 곰팡이…. 이 작은 미생물들은 인류에게 질병과 죽음의 공포이기도 했지만, 가난과 기근에서 인류를 구한 자양분이기도 했다. 양배추를 김치로, 포도를 와인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리는 이들 덕분에 인류는 맛있는 음식은 물론, 과학의 발전에 따른 생명 연장도 가능해졌다. 특히 인류의 ‘최고 발명품’이면서 대표적인 발효 음식인 양조주는 과학에 있어서도 많은 진보를 이루게 했다. 실제로 루이 파스퇴르의 미생물학 연구는 사실 나폴레옹 3세가 1863년 수출되는 프랑스 와인이 상해 국격을 떨어뜨린다며 와인이 상하는 원인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하며 시작됐다.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렸던 메치니코프는 불가리아 요구르트를 먹어보라는 권유에 세균 연구를 시작, 젖산균에 부패 방지 능력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정여울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알랭 드 보통은 “예술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고통을 보다 잘 견디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데 있다”고 했다. 문학 비평가이자 작가인 저자 역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할 때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1888년)을 떠올린다. 아스라이 번지는 듯 하면서도 초신성의 폭발처럼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고흐의 그림 속 별빛을 보면 별빛의 본질을 색채로 옮기려 했던 고흐의 도전과 투지가 느껴지며 자신의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작품 50점을 선정해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작품을 담담히 소개한다. 클로드 모네의 '생라자르 역, 기차의 도착', 구스타프 클림트의 '메다 프리마베시', 에드워드 호퍼의 '여름날', 잭슨 폴록의 '가을의 리듬',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 등 명작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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