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제프 플레처 지음·문은실 옮김/위즈덤하우스 |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에는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소개하면서, 선수 이름 옆에 포지션을 표기한다. 투수 옆에는 P(Pitcher), 포수 옆에는 C(Catcher)가 붙는 식이다.
하지만 29세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에게 붙는 글자는 특별하다. 바로 TWP(Two Way Player). TWP는 20이닝 이상 투구와 최소 3타석을 야수 또는 지명타자로 2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만 등록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현재 MLB 선수 중 TWP가 붙는 선수는 오타니가 유일하다.
오타니 쇼헤이는 MLB 정상급 투수 겸 타자로, ‘일본의 베이브 루스’라 불린다. 193㎝의 키와 95㎏의 몸무게 등 동양인이 가지기 어려운 체형을 가져 한때 혼혈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빨리 던지고 멀리 때리며 잽싸게 뛰다 보니 20세 전후로 일본 야구를 평정한 후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그의 ‘우투좌타’는 일본에서 ‘쌍도술’을 의미하는 이도류(二刀流)로 불렸다. 투구와 타격 모두 날카롭다는 의미다.
입단 초기부터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시속 160㎞가 넘는 속구, 먼 곳까지 뻗어나가는 홈런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MLB 진출 첫해 그는 타자서 22홈런, 타율 0.285, 61타점, 10도루의 성적을, 투수로는 4승 2패, 평균 자책점 3.31을 기록하며 그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토미 존 수술을 받은 것. 무릎에도 무리가 와 치료가 시급했다. 지난 2019년 하락세를 보였던 그의 성적은 2020년 그를 벤치 신세로 전락시켰다. ‘신인왕의 저주’라 할 만했다.
그의 타고난 근면성과 야구에 대한 열정은 그를 나락에 내버려두지 않았다. 일본 실업리그에서 선수로 뛰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모든 경기에서 전력을 다해 뛰는’ 성실한 태도를 유지했다. 자신의 모든 역량을 야구에만 집중하다 보니 구단에선 ‘연습벌레’라는 별명도 생겼다. 항상 경기가 끝나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음 날 경기를 다시 준비했다. 그와 함께 뛰었던 투수 앤서니 배스는 그를 “세상과 퍽 동떨어진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덕분에 2021년 시즌부터 오타니가 달라졌다. 160㎞에 달하는 강속구를 되찾았다. 전 시즌에 MLB 마운드에서 160㎞대 속도의 공을 던져본 투수가 6.3%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굉장한 기록이다. 이와 함께 23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와 9승2패, 평균 자책점 3.14를 기록했고 157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타석에서도 46개의 홈런을 치며 아메리칸·내셔널 양대 리그를 통틀어 3위에 올랐다.
오타니 소속팀 LA 에인절스 전담 스포츠 기자인 제프 플레처는 그의 신간 ‘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시즌’에서 오타니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 그가 밟아온 야구 역정을 소개했다.
거구 때문에 혼혈로 오해받은 오타니가 사실 도쿄 북쪽에 있는 작은 도시 오슈에서 태어난 일본 토종이라는 점, 좌완 타자인 그가 공을 펜스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치는 이유는 어린시절 연습하던 구장 옆에 강이 있어 공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밀어치기를 연습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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