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이 소설을 쓰면서 제일 기뻤던 순간이 바로 탈고한 순간이었다. 그만큼 이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이 14일 서울 한국방송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상의 외국문학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후 처음 만난 자리다.
그는 작품을 쓰기가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는 “상을 받은 순간 보다 소설을 완성한 순간이 더 기뻤을 정도로 소설 쓰기가 정말 힘들었다”며 “완성하기까지 7년이나 걸렸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수상의 영광을 안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서 어머니 정심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어간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뒤 5년 만인 2021년 펴낸 장편소설이다.
프랑스에서는 최경란·피에르 비지우의 번역으로 올해 8월 말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그는 소설을 쓰면서 작품의 핵심 인물인 정심의 마음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회고했다. 아침에 정심의 마음으로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정심이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라고 되뇌며 그 뜨거움과 끈질김에 생각했다는 것. 그는 “(정심의 마음으로 살아보니 그가) 슬프고 무력하고 조그마한 인물인 줄 알았는데, 끝까지 애도를 멈추지 않고 작별하지 않고 싸운 사람”이라며 “그런 마음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강이 비극적인 한국의 현대사를 소재로 작품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에서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전면에 다뤘다. 그는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하는데 탁월함을 보이긴 했지만, 앞으론 '밝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소설은) 이렇게 두 권을 작업했는데, 이제는 더는 안 하고 싶다”며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눈이 계속 내리고 너무 춥고 그랬는데, 이젠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한강은 구상 중인 차기작에 대해 "생명에 관한 소설"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생명에 대한 생각을 요새 많이 한다”며 “원하든 원치 않든 일회적 생명은 언젠가 반납해야 하는데,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진척시켜 봄으로 가는 다음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처음 참석한 메디치상 시상식에 대해 매우 자유롭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아 “무척 신선했다”고 평했다. 그는 “상패도, 심사평도 없었고, 함께 사진 찍고 샴페인 마시는 게 전부였다”며 “참석했던 그 어떤 시상식과도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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