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해 여행물가 상승이 화근
패키지 비교와 컨슈머인사이트 분석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여행지로서 제주도의 가치는 국제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세계유산으로서도 손색이 없어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호캠페인 헤드라인 첫 순서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오르기도 했다.
아울러, 자연풍경감상지로, 휴양지로, 액티비티 최적지로, 건강 식음, 특별한 역사문화 인문학여행지로서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면적에 비해 가 볼 만한 곳이 많기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갈 돈이면 해외여행 가겠다’면서 제주도 여행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평가들이 회자되는 상황이다. 바로 비용의 문제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제주도 갈 돈이면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까.
제주도 한라산 |
3박4일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인들이 갈수 있는 곳은 동남아, 일본, 중국, 괌, 사이판 정도이다.
해외와 제주도 여행 비교, 패키지 가격 부터 살펴보자.
액면가로 ‘39만원 부터’라는 이들 동아시아 지역 패키지가 많이 나오지만 실제 39만원짜리는 날짜별로 드물다.
설사 39만원으로 운좋게 예약했다해도, 기사-가이드경비, 선택관광 등 20만원 가량을 더 지불해야 하고, 특히 혼행을 한다면 싱글차지 15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강매에 가까운 쇼핑을 포함하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 커진다.
1인당 40만원짜리 상품이 80만원 되는 것은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곧바로 알 수 있다. 실제 비용이 여행사들의 최초 제시금액의 2배 가까이 되는 것이다.
선택관광을 하지 않으면 단체 동선을 쫓아가기가 어렵거나, 호텔 주변에서 빈둥거려야 하는 경우는 늘 있기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일은 허다하다.
이에 비해 제주 올인클루시브(항공,숙박,조식,관광지입장 포함) 패키지는 통상 30만~40만원으로 형성돼 있고(2박3일이 많은데 20만~35만원이 주류), 여기엔 선택관광도 없고, 의무 쇼핑도 없으며, 가이드기사 경비도 없다.
‘개인경비를 제외한 패키지’ 만을 비교한 것으로도, ‘제주 두 번 갈 돈으로 동아시아 여행간다’는 말이 더 정확함을 알 수 있다.
컨슈머 인사이트는 올해(1~10월) 3박4일 기준 여행자 1인당 지출 금액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주례 여행행태 및 계획조사’(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에서 국내,해외 여행 경험자에게 ‘그 여행을 위해 지출한 총비용이 얼마인지’를 물어보았다.
조사 결과 제주는 1인당 52만8000원이었고, 해외(동아시아)는 115만7000원이었다. 여기에는 카페에 간다든지, 특식을 먹어본다든지, 모험적인 액티비티를 해본다든지, 선물용 특산품을 구매하는 등의 순수 개인 경비도 포함돼 있다. 해외여행 때 제주여행의 2.2배를 쓴 셈이다.
국내여행지 전체 1인당 비용은 33만9000원이었으니 제주는 항공이 필수여서 이 국내여행 평균의 1.6배였다. 교통비 변수를 빼면 흔한 국내 여행지 관광비용에 비해 큰 차이는 없는 셈이다.
한편, 컨슈머인사이트가 분석한 국내 지역별 여행비용 변동 추이는 하필 요즘 왜 제주가 근거없는 루머에 시달리는지 잘 보여준다.
2020년 대비 2021년의 상승률은 국내 18%, 해외 21%였는데, 제주도는 15%로 가장 낮았다. 반면 강원도는 31%로 가장 크게 올라 한동안 바가지 논란이 뜨거웠다.
2021년 대비 2022년의 비용 변화는 그 전 해와 전혀 달랐다. 국내와 해외가 모두 3% 증가한 반면 제주도는 타 여행지의 4배가 넘는 14%를 기록했다. 이게 화근이었다.
제주도는 2022년 국내 경쟁자들이 불경기를 예감하고 몸을 사릴 때 4배 이상의 상승폭(14%)으로 폭주했다.
2021년 논란의 중심이었던 강원도는 2022년 우리 사회전반적인 고물가 상황에서도, 여행물가 -11%로 바가지를 퇴치해 전년의 악재를 단숨에 털어냈다.
2022년 대비 2023년(1~10월) 평균 관광비용은 전년보다 비용이 줄었다. 그래서 한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2022년은 물론, 2021년보다도 낮은 비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2023년의 제주도는 나 홀로 2021년 비용 수준 아래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간의 추이를 지켜보면, 제주도가 운이 좀 나쁜 측면도 있었지만, 리오프닝기에 갑자기 올린점이 화근이 됐고, 작금의 오해를 털기 위해 여행물가지수 관리가 좀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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