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롯데월드 수놓자 관람객 3배 증가
엔하이픈이 주인공이 된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속 세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에 수많은 10~20대 팬들이 모이고 있다.[하이브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널 기다렸어. 전의 전의 전생에서부터 (중략) 내 혈관 위로 돌고 있어 뜨거운 피. 심장이 널 가리켰어.” (엔하이픈, ‘원 인 어 밀리언’ 중)
매일 저녁 18시 30분. 롯데월드에 ‘블러드 문(Blood Moon)’이 떠오르면, 낮 동안 정체를 감췄던 뱀파이어 소년들이 잠에서 깨어난다. 잠실 일대를 물들인 붉은 매직캐슬(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 위치한 성)의 길목에 선 일곱 소년들의 창백한 미소가 소녀 팬들의 마음을 홀린다.
휴대전화 속 네모난 세상에서 뛰쳐나온 소년들이 붉게 물든 매직캐슬의 전면으로 떠올라(맵핑쇼: 요면에 영상을 투사하는 쇼) ‘원 인 어 밀리언’을 부르면, 전 세계에서 찾아온 관람객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든다. 웹툰 속 소년들이 다니는 학교인 드셀리스의 교복을 입은 10대 꼬마 커플에겐 이곳이 ‘실사판 웹툰’이었다.
K-팝 그룹 엔하이픈을 주인공으로 삼은 웹툰 ‘다크 문 : 달의 제단’이 롯데월드를 완전히 뒤바꿨다. 하이브와 롯데월드는 지난 9월부터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속 세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를 진행 중이다.
엔하이픈이 주인공이 된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속 세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에 수많은 10~20대 팬들이 모이고 있다.[하이브 제공] |
황보상우 하이브 스토리사업본부 사업 대표는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IP를 롯데월드에 접목, 우리의 생활 속 다양한 접점에서 (웹툰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 IP가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 배치되거나 특정 테마의 배경으로 단순히 사용되기 보다는, 현장의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롯데월드의 구석구석에서 ‘다크 문 : 달의 제단’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놀이공원으로 들어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면 ‘다크 문’의 상징인 보름달이 관람객을 맞는다. 롯데월드를 수십년 간 지켜온 마스코트 로티 커플은 오랜만에 옷을 갈아입었다. 웹툰 속 학교인 ‘드셀리스 아카데미’의 교복을 입고 섰다. 새단장한 로티는 최고의 포토존이었다.
엔하이픈이 주인공이 된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속 세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에 수많은 10~20대 팬들이 모이고 있다.[하이브 제공] |
롯데월드는 ‘다크 문:달의 제단’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면서도 곳곳에 웹툰 콘텐츠를 숨겨놔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롯데월드의 공식 기프트숍에 ‘다크 문:달의 제단’의 굿즈가 은밀히 안착했고, 주인공의 능력을 상징하는 심볼 타투를 체험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드셀리스 아카데미 교복을 착용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도 기본이다.
실내를 벗어나 매직캐슬로 향하는 길로 들어서면 ‘다크 문: 달의 제단’의 분위기를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다. 매직 아일랜드로 향하는 다리는 드셀리스 아카데미 로고와 일곱 뱀파이어의 배너가 가로등마다 걸려있어 마치 웹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매직 아일랜드엔 ‘다크 문’ 공식 머치(Merch, 공식상품) 팝업스토어인 드셀리스 아카데미 기프트숍도 마련됐다.
엔하이픈이 주인공이 된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속 세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에 수많은 10~20대 팬들이 모이고 있다.[하이브 제공] |
파티룸에선 일곱 명의 주인공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은 물론 짧은 영상까지 볼 수 있다. 웹툰 16화 ‘파티가 끝나고’ 편에서 일곱 소년은 이 곳에서 생일 파티를 벌였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다크 문’의 단행본도 이 곳에선 볼 수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이곳을 찾은 김유연(18) 씨는 “엔하이픈의 팬이어서 웹툰을 보기 시작했지만, 기존 웹툰과 비교해도 그림체, 스토리 면에서 뒤지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매직 캐슬에서 주제곡이 나올 때는 정말로 웹툰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엔하이픈이 주인공이 된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 속 세상을 현실에서 구현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에 수많은 10~20대 팬들이 모이고 있다.[하이브 제공] |
엔하이픈과 ‘다크 문’의 세계에 푹 빠진 롯데월드는 그 자체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외벽을 수놓은 매직 캐슬, 석촌호수에 띄운 다크문 보트는 롯데월드를 방문하지 않은 관람객에게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롯데월드 인근에 거주하는 40대 후반의 채강훈 씨는 “출퇴근 길에 늘 매직 캐슬을 보게 되는데, 그냥 야간개장 동안 재미있는 테마로 꾸몄다고만 생각했다”며 “엔하이픈의 팬인 중학생 딸이 친구들과 엔하이픈 웹툰 보러 롯데월드를 간다고 해서 특별한 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맵핑쇼를 했지만, 잠실에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화려한 이벤트였다”고 했다.
롯데월드와 협업한 엔하이픈의 ‘다크 문 : 달의 제단’ 스테이지 [하이브 제공] |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는 잘 어울리는 만남이었다. 특히 교복을 입고 놀이공원을 즐기는 트렌드가 있다 보니, 웹툰 속 학교 교복 대여는 기존 롯데월드의 문화에도 이질감 없이 어우러졌다.
반응도 뜨거웠다. 오픈 후 롯데월드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첫 시즌 티저 게시글은 조회수가 60만회를 돌파했고, 광고 영상 누적 뷰어는 2000만을 넘었다. 롯데월드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롯데월드를 찾은 해외 입장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롯데월드와의 협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아티스트 IP와 그것에서 파생한 웹툰 자체의 인기 덕분이다. ‘다크 문:달의 제단’은 하이브가 지금까지 공개한 다섯 편의 스토리 IP 중에서도 대표 성공 사례다. 2022년 1월 연재를 시작, 지난달 완결된 이 작품은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서 전 세계 누적 조회 수 1억5000만회(8월 기준)를 돌파했다. 엔하이픈의 팬이 아닌 데도 네이버 웹툰을 통해 접하고 팬이 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후 ‘다크 문 : 회색 도시’(2022년 12월)까지 이어졌고, 현재는 다크 문 시리즈의 후속편인 ‘다크 문: 밤필드의 아이들’, ‘다크 문: 바르그의 피’, ‘다크 문: 두 개의 달’에 대해 제작 중이다.
롯데월드에선 성공적 협업에 당초 10월 22일까지 계획했던 행사를 11월 19일까지 연장했다. 엔하이픈도 이 곳을 찾아 뱀파이어 소년들로 무대에 섰다. 지난 9월 28일엔 엔하이픈이 ‘크리미널 러브(CRIMINAL LOVE)’ 등 웹툰 OST(배경음악)를 불렀다. 새 앨범으로 최근 컴백한 이들은 18일에도 롯데월드를 찾아 팬 이벤트를 연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