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조선시대 선조가 먹었다가 맛에 실망해 '말짱 도루묵'이라는 속담까지 있는 생선 도루묵이 제철을 맞았지만 어획량 감소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일 강원특별자치도 주간 어획 동향에 따르면, 도루묵은 지난주 2㎏ 급당 최고 3만3900원이던 위판가격이 이번 주에는 4만2600원으로 26%나 올랐다. 불과 5년전까지만 해도 11월에 1만원 이하 가격에서 거래되던 것이 몇 배나 뛴 것이다.
이는 어획량 감소 때문이다. 올해 들어 도루묵 어획량은 172t에 불과해 작년 같은 기간 433t의 40%에 머물고 있다. 과거 3년 평균 872t의 20%에 불과하다.
강원 동해안 겨울철 대표 어종인 도루묵이 잡히지 않게 되면서, 올해 도루묵을 잡아 올린 소득도 11억100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3억5200만원, 과거 3년 평균 20억2600만원의 81%와 54%에 각각 머물고 있다.
도루묵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는 무분별한 어획이 꼽힌다. 산란을 위해 연안에 들어온 도루묵을 통발이나 뜰채, 투망 등으로 포획하면서 어족 자원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도루묵은 태어난 지 3년이 지나면 1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큰 무리를 이루며 해조류가 풍부한 연안에 한꺼번에 산란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매년 겨울철이 되면 전국에서 도루묵을 잡기 위해 낚시꾼이 동해안을 찾는데, 낚시꾼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도루묵의 씨가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해경과 강원도는 매년 통발 등에 의한 무분별한 남획, 체장 미달(11㎝ 이하) 포획 행위 등을 단속하고 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루묵'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선조 임금이 임진왜란 피난길에 생선 '은어'를 맛있게 먹었는데, 이후 다시 먹어 보니 맛이 예전과 같지 않아 도로 '묵'이라 했다 해서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비린내가 없어 맛이 담백하고 시원해 찌개와 구이, 조림, 식해 등으로 먹는 겨울철 동해안을 대표하는 어종이다.
도루묵은 1970년 약 2만5000t이 잡혔다가 1990년대에는 1000t∼2000t으로 자원량이 급감한 바 있다. 이에 강원도는 2006년부터 도루묵에 대해 보호수면과 금어기를 확대하는 등 자원 회복 사업을 수행하며 도루묵 살리기에 애를 써왔다.
이같은 노력으로 자원량이 5000t∼6000t으로 늘어났는데 다시 위기를 맞은 것이다.
다만 아직 동해안 수온이 높아 도루묵이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관계자는 "고성, 속초, 동해지역을 중심으로 도루묵 조업이 시작돼 어획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산란기 포획 제한 등 제도 강화의 필요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