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4년 만에 돌아온 조정래 "인간사 비극 90%가 돈 때문…재물욕, 인간 실체 밝히는 열쇠"
소설가 조정래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황금종이'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인간사 비극의 80~90%가 돈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입니다. 돈이 인간을 어떻게 구속하고 지배하는가, 인간은 어떻게 해서 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가 하는 문제를 소설로 쓰고자 했습니다."

'대한민국 근현대 3부작'인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우리 현대사를 알려온 조정래 작가가 4년 만에 장편소설 '황금종이'로 돌아왔다.

조 작가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인간의 다섯 가지 욕구 중 맨 앞에 나오는 재물욕이 인간의 실존적인 실체를 밝히는 열쇠라고 생각했다"며 집필 배경을 밝혔다.

'황금종이'는 전재산을 기부하는 가난한 할머니부터 어린 손주에게 편법을 동원해 증여하는 졸부들까지, 돈을 둘러싼 인간들의 다양한 민낯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준다. 소설은 이를 통해 황금만능주의로 비인간화되어 가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사회주의 몰락 이후 자본주의가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돈은 그 힘이 더 막강해졌다"며 "우리의 본능을 훨씬 뛰어넘는 무서운 야수적인 힘을 갖고 우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간은 문명과 문화를 창출해냈는데 욕구가 작용하면서 파탄에 이르는 이중성을 지니게 됐다"며 "시대를 초월해서 그 역할을 해 온 것이 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설에서 특정 정권을 향한 듯한 비판과 법조계의 전관예우, 자연을 파괴한 개발 등의 문제를 꼬집기도 한다.

그는 "뼛속까지 쓸려버린 우리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작가로서 최소한이라도 막아야 한다"며 "에밀 졸라가 걸어간 작가의 사명을 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갈음했다.

조 작가는 2019년 장편 '천년의 질문' 이후 그는 매일 4~5시간씩 원고지에 써 내려가며 이 작품 집필에 매달렸다. 이번 작품의 원고지 매수만 1800매에 달한다.

[해냄 제공]

조 작가는 올해로 등단 53주년을 맞았다. 그는 이번 소설이 작품세계 3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반기가 단편과 중편을 쓴 시기라면, 중반기는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이 포함된다"며 "후반기에는 이 작품과 다음 작품까지 인간 본성과 존재의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족 역사의 현실과 모순, 갈등을 기록한 1·2기 작품에서 떠나 인간의 실존과 현실, 인간의 본성과 욕구를 탐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작품을 쓰면서 "육신은 늙어가는데 머리는 명료하다는데 감사했다"는 그는 작가로서의 마지막 길을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마지막 작품은 우리 영혼의 문제와 내세를 다루는, 불교적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문학 인생을 마칠까 한다"고 귀뜸했다.

"환생이 있다면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되고 싶어요. 60년간 쓰고 간다고 한들 제가 바라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력하다가 죽는 게 작가지요."

rene@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