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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르미 그린 달빛 신정왕후의 팔순, 디지털 재현
일찍 간 효명세자 부인..마지막 대왕대비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문화재청은 서울특별시, 우미희망재단, 제일기획과 함께 왕실의 궁중의례를 디지털로 복원하고 증강현실(AR)과 확장현실(XR)로 재현한 ‘1887 경복궁 진하례’를 21일 공개하고, 22일부터 누구나 모바일 앱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시작한다.

진하례 중 국왕이 축하하는 장면

‘진하례’는 국가의 경사가 있을 때 신하와 관료들이 이를 축하하던 의식으로, 이번에 디지털로 재현한 ‘1887 경복궁 진하례’는 조선의 역대 왕후 중 가장 장수한 신정왕후 조씨(1808~1890, 조선의 추존왕 문조 즉 효명세자의 왕비이자 조선의 마지막 대왕대비)의 팔순을 맞아 국왕과 종친, 문무백관이 참여해 대왕대비를 축하하고 나라의 태평과 안녕을 기원한 대규모 궁중의례이다.

무형의 제례를 재현하는 만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정해진찬의궤와 승정원일기, 신정왕후의 팔순 잔치를 기록화로 남긴 병풍 ‘정해진찬도병’의 ‘근정전 진하도’ 등의 역사기록을 기반으로 고증했다.

모바일에서 헤리티지 메타버스 앱 ‘공존’을 내려받아 경복궁 근정전에서 ‘공존’ 앱을 실행하면 증강현실로 136년 전의 진하례가 눈앞에 펼쳐져 조선시대 궁중음악 ‘여민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고종을 비롯한 300여 명이 넘는 인물들이 제례에 참여하고, 국왕의 교서 반포와 신하들의 천세 외침 등이 재현되는 장면들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문무백관들의 천세 외침

또한, 경복궁 행랑 내에 설치된 55인치 접촉 화면(터치스크린), 디지털 안내판을 이용하면 모바일이나 ‘공존’ 앱 없이도 넓은 화면으로 진하례를 체험해 볼 수 있으며, 주요 의례 기물들을 3차원(3D)로 관람할 수도 있다.

국왕·수문장 등 ‘궁중 인물들과의 특별한 상호작용(인터랙션) 체험’과 십장생병풍·해태상 등 ‘근정전 내 보물 찾기’, 궁중의례 복식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해보는 ‘조선왕조 인공지능(AI) 프로필’ 등의 현장 체험형 콘텐츠도 함께 즐긴다.

또한, 경복궁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 어디서든 시공간의 제약 없이 ‘진하례’를 체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콘텐츠도 선보인다. ‘공존’ 앱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가상 분신(아바타)을 만들어 1887년의 경복궁 진하례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이번 ‘1887 경복궁 진하례’ 재현 서비스는 문화재청과 서울시, 우미희망재단, 제일기획이 참여해 문화유산과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는 ‘K-헤리티지 메타버스 사업’의 세 번째 협력 사업으로, 궁중의례를 궁궐 현장에서 디지털로 복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시 등 4개기관 단체는 지금까지의 메타버스와는 달리 인물들의 표정과 동작을 매우 정밀하게 구현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앞서 4개 기관은 2019년 한양도성 ‘돈의문’을 옛 터에서 104년 만에 디지털 건축물로 복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군수물자의 제조와 보급을 맡았던 조선시대 관청인 ‘군기시’를 디지털 복원해 각종 무기류와 그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개해 문화유산의 실제 복원 과정에서 발생되는 교통체증과 예산, 공간제약 등의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해소하는 등 문화유산 복원과 활용의 새로운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이번 ‘1887 경복궁 진하례’ 콘텐츠를 통해, 오프라인 상에서 드물게 재현되던 대형 궁중의례를 상시 체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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