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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유산급 남북한 622개 봉수 중, 5로직봉 사적 지정
앞서 사적된 2로직봉은 급보 타전용
5로직봉은 왜구 고공 경계감시 요새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조선시대 통신체계인 ‘봉수(烽燧)’는 약정된 신호 전달체계에 따라 밤에는 횃불로, 낮에는 연기로 외적의 침입 사실을 중앙의 병조와 지방의 읍치 등에 알리기 위해 설치되었으며, 남북의 주요 끝점에서 시작하여 서울 목멱산(현재의 남산)으로 집결하도록 하였다.

증보문헌비고(1908년)에 따르면 조선 후기에 중앙정부는 5개의 직봉, 23개의 간봉 노선을 운영하였으며, 전체 노선에는 총 622개의 봉수가 있었다.

그 중 부산 응봉과 서울 목멱산 제2봉수를 연결하는 제2로 직봉, 전남 여수 돌산도에서 서울 목멱산 제5봉수를 연결하는 제5로 직봉이 남한에 위치하고 있고, 나머지 3개 직봉 노선은 북한에 위치하고 있다.

2로직봉은 급보 담당, 5로직봉은 감시요새 기능이 강했다. 촘촘히 짜여진 봉수 노선은 조선의 군사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남 달마산 봉수는 경계감시용 요새같은 곳이다. 북쪽의 2로직봉 노선은 급보를 타전하는데, 해남 것은 기능이 조금 다르다.
진도 첨찰산 봉수대는 오늘날 천문대가 세워진 고도에 높이 설치됐다. 왜구 감시용이다.

문화재청은 조선 후기 군사 통신시설인 ‘제5로 직봉(전남 여수∼서울 목멱산)’ 노선 상에 위치하는 61개 봉수 유적 중 역사적·학술적 가치, 잔존 상태, 유구 확인 여부 등을 고려하여 16개소를 국가지정문화유산 사적 제5로 직봉으로 지정하였다.

직봉(直烽)이란 조선 후기 변방과 한양을 연결하는 5개의 간선로 상에 위치한 봉수를 말한다. 간봉(間峯): 직봉 노선의 단절을 우려해 이를 보조하기 위해 설치한 보조선로에 위치한 봉수이다.

조선시대에 왜구들은 해운선을 이용하여 대마도와 가까운 남해안 내륙뿐 아니라 원거리인 강화도까지 침입하였으며, 제5로 직봉 대부분의 봉수는 이러한 왜구가 침투하는 바닷길을 감시하기에 탁월한 위치에 입지하여 수군인 수사(水使)의 관리 하에 요새(要塞)로서의 기능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올해 1월 사적으로 지정된 ‘제2로 직봉’이 육군인 병사(兵使)의 관리 하에 주로 급하게 소식을 전하기 위한 급보(急報)의 목적으로 운영된 것과 차별화된 점이라 할 수 있다.

고흥 마북산 봉수 요새

이와 같은 기능상의 차이로 인하여 봉수 노선별 봉수군의 편제와 운영방식, 봉수의 구조와 형식, 특성 등도 ‘제2로 직봉’과 달랐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에 ‘제5로 직봉’이 사적으로 지정됨에 따라 ‘제2로 직봉’과의 비교 조사·연구를 통해 봉수 제도의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봉수는 군사·통신 체계인 ‘노선’으로서의 가치가 중요한 유적이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있어 국가지정문화유산 지정 신청이 어려웠고, 제도권 밖에서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국을 촘촘히 커버한 조선의 봉수 노선. 세계유산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문화재청이 주도적으로 봉수 유적에 관한 조사·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1월 사적으로는 처음으로 ‘연속유산’으로 지정된 제2로 직봉(14개 봉수유적)에 이어, 제5로 직봉(16개 봉수유적)도 제도권 내에서 보존·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연속유산이란 각 구성 유산이 전체 유산의 가치에 기여하고 문화적·사회적·기능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으나, 지리적으로 서로 접하지 않은 두 개 이상의 유산지를 포함한 문화/자연 유산을 말한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제5로 직봉 노선 상에 위치하는 다른 봉수 유적도 추가적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를 독려할 계획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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