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창완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열린 독집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가수 생활을 꽤 오래 했는데 너무 동어반복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만든 말에 내가 갇혀 사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과 반성이 있었어요.”
1977년 밴드 산울림의 ‘아니 벌써’(1집)로 데뷔해 46년. 무수히 많은 날들 동안 음악을 했지만, 김창완은 “음악가로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변화된 모습도 있는데, 보여드릴 방법이 없었죠. 요즘 세상이 험한데 뮤지션으로 무력감도 느끼고, 나약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환경 문제나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전쟁 소식에 참 잔인하다고 느꼈죠.”
그러던 어느날 새벽, ‘나는 지구인’이라는 감각이 찾아왔다. 김창완이 3년 만에 신작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라는 음악을 만든 계기였다.
그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에서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간담회를 열고 “(이 앨범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는 지구인이다’는 2020년 10월 발표한 ‘문’(門) 이후 오랜만에 내놓는 솔로 앨범이다.
올해는 김창완이 첫 솔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1983)을 발표한 지 40년이 되는 해다. 그는 이번 앨범을 ”‘기타가 있는 수필 2’로 봐달라“고 했다.
앨범의 시작은 단 두 줄의 노랫말이었다. ”나는 지구인이다/지구에서 태어났다“라는 두 소절만 갖고 몇날 며칠 지구인으로의 김창완을 인식하며 살았다. 자전거를 타고 서초동의 집에서 한강 자전거 도로를 지나 미사리, 팔당대교를 달렸다. 내내 흥얼거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라라라라~’ 하는 후렴구가 완성됐다.
앨범에는 동명의 타이틀곡 ‘나는 지구인이다’를 비롯해 ‘노인의 벤치’, ‘둘이서’, ‘식어 버린 차’, ‘청춘’, ‘시간’, ‘누나야’ 등 13곡이 담겼다. 13곡 중 10곡은 기존 발표곡이고, ‘나는 지구인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기타 연주곡으로 편곡한 ‘월광’, 동요풍 멜로디의 ‘이쁜게 좋아요’가 신곡이다.
김창완은 “우리가 지구인으로서 어슬렁거리는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인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노랫말은 동요처럼 쉽지만, 관조적이다. ’나는 지구인이다 지구에서 태어났다 / 지구에서 자라나고 여기서 어슬렁댄다/ 동산에서 해가 뜨고/서산에서 해가 진다‘고 말한다.
“사실 취입(녹음)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불렀어요. 슬퍼서라기 보다는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벅차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일상이 돼 버린 일상이라는 게 뒤집어 보면 기적 같은 나날들이 아니겠어요. 이런 생각에 후렴구 ‘라라라라’를 부르다 보면 굉장히 먹먹해져요.”
가수 김창완 [연합] |
음악은 김창완이 고수하던 록도 포크도 아니다. 전자음악 사운드 기반의 신스팝이다. 그 위로 담담하게 전하는 김창완의 목소리가 짙은 여운을 남긴다.
김창완은 “이 지구가 얼마나 소중하며, 그 위를 걷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전하고 싶다”며 “음악이란 부르면 사라지는 것인데, 나는 그래서 음악이 너무나 좋다. 이렇게 명징한 아름다움은 또 없다”고 말했다.
“매일매일 어제의 내가 아니길 바라는 우일신의 자세로 살려 하지만, 구태를 벗어던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나는 지구인이다’를 만들 땐 뭘 더하는 게 아니라 뭘 더 내려놓아야 노래가 나올까를 고민했어요. 내 욕심과 도그마에서 벗어나는 게 간절한 바람이었어요.”
김창완은 오랜만에 내놓은 독집 앨범 중엔 ‘이쁜게 좋아요’를 ’최애‘ 곡으로 꼬았다. 최근 교장 선생님 역할로 출연한 KBS 2TV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에 쓰려고 했으나, 미처 담지 못해 이번 앨범에 수록했다.
그는 이번 앨범을 ’젊은이‘들이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CD와 LP 외에 젊은 세대를 겨냥해 NFC(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카드 앨범으로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릴 때 자유를 외쳤으면서도, 한편으로 내가 얼마나 갇혀 있고 고집스러운 사람인지 몰라요. 그에 비해 요즘 젊은 세대는 굉장히 양심적이고 시야도 더 넓더라고요. 젊은 세대에 정말 고마워요. 젊은이가 어른을 대척점에 놓지 말고, 시각을 넓혀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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