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조계종 자승스님 ‘돌연 입적’에 불교계 충격
안성 칠장사 화재서 법구 발견
대외활동 활발...교계 “황망하다”
영결식 3일 오전 10시
지난 3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식에서 회향사하는 자승 스님 [연합]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돌연 입적해 불교계가 충격에 빠졌다. 최근까지도 활발한 대외 활동을 이어온 상황에서 입적한 정황이 석연치 않다 보니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30일 대한불교조계종 등에 따르면, 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지난 29일 화재로 입적했다. 세수 69세. 법랍 44년.

▶칠장사 화재 후 발견된 자승의 법구=자승스님의 입적이 알려진 것은 경기도 안성의 한 화재 사건을 통해서다. 전날 오후 6시50분께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체(승려들이 거쳐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가 진압된 후 건물 내부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이 화재는 소방당국이 펌프차 등 장비 18대와 소방관 60여 명을 동원할 정도로 큰 불이었다. 이에 발견된 시신 역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화재 현장에서 자승스님의 법구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종단이 분주해졌다.

당초 현장에 자승스님 외에 4명이 함께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이와 관련 조계종은 “4명이 함께 있었다는 내용은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며, 자승 스님 혼자 입적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의 대표 사찰인 봉은사의 회주(큰 스님)인 자승스님이 경기도 안성에 있는 칠장사를 찾은 것과 관련해서는 최근 맡은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의 명예 이사장 활동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은 스님들의 노후를 돌보는 무료 병원으로, 올해 5월 개원했다.

자승스님이 생전에 승려들의 노후 안정을 강조했던 만큼 요양병원이 개원하자 명예 이사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일을 볼 때면 병원 근처의 칠장사에 머물렀고, 화재가 발생한 날 역시 같은 이유로 칠장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관계자는 “지장 스님의 재적 교구 본사가 용주사이고, 칠장사는 용주사와 같은 교구 내에 있는 사찰이다 보니 지장 스님의 칠장사 방문이 이상해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입적 정황 석연치 않아=자승 스님의 입적 소식에 불교계는 충격에 싸인 모습이다. 최근까지 조계종의 큰 어른으로서 활발한 대외 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되면서 자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스스로 목숨을 포기할 만한 요인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종단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로 자승스님은 입적 이틀 전인 지난 27일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불교계 언론사와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10년 간은 대학생 전법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라며 향후 계획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자승스님은 지난 2021년 종립대학인 동국대에서 건학위원회 고문이자 총재로 취임한 바 있다.

앞서 지난 달에는 조계종 총무원 주요 보직자와 중앙종회 의원 등을 모아놓고 종단 운영에 관한 의사를 피력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월에는 자신이 결성한 상월결사 승려들과 함께 부처님 전법의 길을 따라 1167km를 걷는 인도 순례를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순례단 총도감을 맡은 호산스님(현 봉선사 주지)은 충격 때문에 “전화를 받기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다. 경황이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불교의 사회 영향력 강조...포교활동 적극적=자승스님은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상좌도 지냈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고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한 후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지내고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4선 했다. 2006년 14대 전반기 중앙종회에서는 의장을 지냈다.

지난 2009년에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으며, 2013년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연임에 성공한 총무원장은 자승스님이 처음이다. 총무원장 퇴직 후에도 2022년 상월결사를 만들어 부처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전법 활동에 매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통해 조계종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서 자승스님의 장례를 엄수하기로 30일 결정했다.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3일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다. 다비는 자승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에서 실시한다. 장례는 종단장 규정에 따라 입적 일을 기점으로 5일장으로 행한다.

신소연 기자

carrier@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