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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꺼풀 베일 벗는 6세기 고대 왕궁…부여 관북리서 ‘대형 건물터’ 발견
충남 부여군 ‘부여 관북리유적’의 남쪽 조사 지역 전경 [문화재청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왕궁 관련 시설이 밀집된 충남 부여군 ‘부여 관북리유적’의 남쪽 대지에서 백제시대부터 삼국시대를 지나 근대에 이르는 건축 구조 자취가 발견됐다. 부여 관북리유적은 백제 사비기 왕궁터로 거론되는 후보지다. 1978년 상가 건립을 위한 기초공사 과정에서 백제시대 배수로로 추정되는 흔적을 확인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발굴조사 결과 총 3동의 백제 사비기 건물지와 삼국시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건축 구조를 알 수 있는 흔적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충남 부여군 ‘부여 관북리유적’ 전경 [문화재청 제공]

부여 관북리유적은 1982년부터 현재까지 총 15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거쳤다. 이를 통해 대형전각건물지, 와적기단건물지, ‘+’ 형태로 교차하는 도로유구 등을 확인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조사에서는 총 3동의 백제 사비기 건물 흔적이 확인됐다. 2동(1호·3호)은 긴 축의 방향이 북극성이 위치한 방향과 일치하도록 남북으로 뻗은 건물지다. 중심 건물의 주변을 둘러싸는 긴 건물인 장랑식 건물로 추정된다. 가장 규모가 큰 1호 건물지는 현재까지 확인된 길이가 약 60m에 이른다. 향후 추가 조사를 통해 조사 지역 북쪽으로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1호 건물지 적심 [문화재청 제공]

1호 건물지 내부에서는 건물 초석을 받치는 적심과 배수로가 확인됐다. 적심의 배치를 고려하면, 복수의 단독건물이 나란히 선 구조로 추정된다. 특히 1호 건물지의 적심은 바닥에 석재를 조성해 모래가 썩인 점토로 쌓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백제 사비기 적심 대부분이 흙을 쌓아 만든 흙적심인 것과는 다르다.

백제인의 정교한 토목기술을 파악할 수 있는 대단위 성토대지도 함께 확인됐다. 건물지가 위치한 지점은 대부분 뻘층이 확인되는 습지 지형이다. 백제인은 이러한 지반을 극복하기 위해 흙을 쌓기 위한 일종의 둑인 토제를 활용했다.

1호 건물지 근경 [문화재청 제공]

연구소 관계자는 “구조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이번 건물터가 왕궁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라며 “특히 장랑식 건물은 6~7세기 고대 동아시아 왕궁에서 정무·의례·향연 등 국가적 행사가 열리는 조당 공간의 일부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4일 오후 1시에 발굴조사 현장이 공개될 예정이다. 현장 공개 행사에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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