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양세형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시집 '별의 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제 직업은 웃기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사람들과 같이 울고 싶습니다." (개그맨 겸 작가 양세형)
'무한도전', '코미디 빅리그'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는 개그맨 양세형이 시집 '별의 길'을 출간했다.
양세형은 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책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시라는 건 저 혼자만의 재미있는 놀이였다"며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시집을 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양세형은 "방송에서는 까불기도 하지만, 제 안에는 나름 여리고 감성적인 면도 있다"고 했다.
1985년생의 그는 "'멋진 마흔살 되기'라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 중 하나가 '시집 내기'였다"며 "미천하지만 작은 시집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그맨 양세형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시집 '별의 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 |
양세형은 "어릴 적 살던 동네가 워낙 시골이라 놀거리도 별로 없었다"며 "혼자 어떤 장면을 볼 때면 왠지 모르게 아름답고, 멋있고, 슬픈 감정들이 떠올랐다. 머릿속으로 생각한 단어들을 하나씩 글로 썼고, 그 글을 읽으며 '내가 본 모습들이 이런 모습이었구나'를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시 쓰는 사람들이 놀림의 대상이 되면서부터 사람들이 짧은 글과 시를 쓰는 것을 더 기피하게 된 것 같다"며 "제 이야기를 들으시는 분, 제 책을 읽으시는 분들부터라도 이런 글을 닭살 돋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이런 좋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세형은 "제게 시는 재미있는 놀이기도 하지만, 감정을 표출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도 됐다"며 "평가를 받게 되면서 제가 잘해온 것을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시집이 인쇄소에 들어가기 전날까지도 진지하게 '괜히 했나' 싶었다"며 "그러나 누구에게 보여주는 목적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지금처럼 해왔던 것을 계속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개그맨 양세형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시집 '별의 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 |
양세형의 시집에는 88편의 시가 담겼다.
구성은 1부 '지치고 괴롭고 웃고 울었더니', 2부 '내 힘이 되어줘', 3부 '짝짝이 양말, 울다 지쳐 서랍에 잠들다', 4부 '인생에도 앵콜이 있다면' 등으로 짜였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개그맨으로 느낀 기쁨과 슬픔, 일상 생활과 풍경 등을 시의 언어로 풀었다.
양세형은 시집 '별의 길' 인세 전액을 위기에 빠진 청소년을 돕는 '등대장학회'에 기부할 계획이다.
양세형은 "제가 아는 말 중 가장 똑똑한 말로 쓴 건데 그게 쉬운 말이 됐다. 사실 어릴 적 배운 단어들이 가장 예쁘더라. 어른이 될수록 배우는 단어가 어려워지고 힘이 들어가더라. 시집에는 유치원생도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썼다"며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아버지께서 '잘 썼다' 뭐 그런 말은 안 하셨을 것 같지만, 항상 옆에 제 시집을 놔두셨을 것 같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