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회공헌 세상에 희망을 심다①
삼성, 10여년 간 자립준비 청소년 지원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날 때 부터 혼자는 아니었다. 목 마를 땐 눈물을 삼켰다.” 한국전쟁 직후, 근대화 시기까지 수많은 1020세대가 눈물로 애창했던 이 노래처럼 탄생 때 부터 혼자인 아이는 없다.
그래서 세상살이를 배우기도 전에 혼자가 된 아이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호 아동·청소년들은 성장 과정에서 서너 번의 중대한 고비를 이겨내고, 한 지붕 아래 동고동락 하는 비슷한 처지의 누나, 동생 등과 가족애를 나누며 버틴다.
처음 혼자가 되었을 때의 충격, 보육원 밖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지속적으로 느끼는 상대적 허전함, 고교 졸업과 함께 보육원을 떠나 자립할 때 겪는 혼돈은 보육원생들이면 누구나 다 거치는, 가장 힘겨운 순간들이다.
정든 보육원을 떠날 때는, 희미하지만 어릴 적 처음 혼자가 되었을 때 못지않게 암담해진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내 스스로 당찬 성인으로 살아가기 시작할 때 까지만이라도 누가 내 손 좀 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고아원·보육원이라는 제도가 생긴 이후 모든 원생들이 가졌던 숙원이었다.
삼성 희망디딤돌 참여 청소년과 운영 주체들의 ‘미래를 향한 다짐’ |
이런 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손길이 있다. 삼성이 ‘신경영 선언’ 20주년이던 지난 2013년부터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희망 디딤돌’이라는 이름으로 자립 준비 청소년들을 돕고 있다.
‘내 죄 아닌, 내 죄에 얽매어’ 사회인이 될 자격을 갖추고도 정상적인 사회인이 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하는 것은 기회균등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기에, 삼성의 기부를 기반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함께일하는재단, 지방자치단체들이 함께 나선 것이다.
출발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신경영 특별격려금 중 10%를 쾌척해 마련한 기부금을 밀알로 삼았다.
삼성은 보호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입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18세 이상 보호아동 청소년의 자립을 위해, 최대 2년간 1인1실의 원룸형 자기 공간을 주고, 개별 역량에 맞춘 자립 통합 사례관리 프로그램(생활지식, 재정관리, 취업정보 등)을 제공한다.
삼성 희망디딤돌 사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자립을 위해 준비해야할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15~18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실제 자립 생활 환경과 유사한 공간에서 사회생활 리허설을 해 볼 수 있도록 자립 체험실을 운영하고 자기이해, 사회적 기술, 진로 교육 등 자립의 기초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무 교육은 지원 기업의 특성을 살렸다. 그간 축적된 인재 양성 노하우를 접목, 10년 째 자립준비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자 ▷조리 ▷선박 제조 기술자 양성 과정 등 다양한 직무 교육 과정을 진행한다.
아울러 진로 상담, 역량·적성 검사를 통해 취업 의욕을 고취시키고, 직무별 취업 캠프를 통해 취업 역량 강화 및 자기주도형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수료 후에는 맞춤형 취업 정보를 제공하거나 협력사 취업을 지원한다.
삼성희망디딤돌은 ▷안내견 사업 ▷삼성 청년 SW(소프트웨어) 아카데미 ▷기능 올림픽·기술 교육 지원 ▷스마트 공장 지원 ▷C랩 육성 ▷나눔 키오스크 활동 등과 함께 삼성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 축이다.
“연습은 실전처럼” 친부모 없이 많은 것이 힘들었지만, 내가 돈을 벌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면서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삼성 희망디딤돌’ 자립준비 청소년들의 취업면접 리허설. |
2016년 삼성희망디딤돌 부산센터 개소 후 2023년 까지 각 센터에 입주한 청소년을 포함해 자립 준비, 자립 체험 등 지원을 받은 청소년은 누적 2만1000명에 육박한다.
지난 8월에는 취업 교육의 세분화·고도화를 내용으로 하는 ‘삼성희망디딤돌 2.0’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출범식과 함께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삼성,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함께일하는재단 등은 디딤돌사업을 보다 잘 해보자는 취지의 협약도 맺었다.
삼성은 전국 희망디딤돌 10개 센터에 거주 중인 자립준비 청년들이 교육 기간 중 취업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올해 삼성전자 인재개발원(The UniverSE, 경기 용인)과 삼성중공업 기술연수원(경남 거제)을 개방해 1인 1실 숙식을 제공했다. 향후 100억원을 추가 투입해 대전과 충북 등에 2개 센터를 더 개소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직무 교육 과정은 ▷전자·IT 제조기술자 양성 과정(삼성전자) ▷반도체 정밀배관 기술자 양성 과정(삼성전자) ▷한식조리사 양성 과정(웰스토리) ▷IT서비스기사 양성 과정(삼성SDS) ▷선박제조 기술자 양성 과정(삼성중공업) 등 5개였다. 120여명의 청년들이 2~3개월 간 집중 교육을 받았다.
내년에는 ▷온라인 광고·홍보 실무 ▷중장비 운전기능사 ▷애견 미용사 ▷네일아트 미용사 등 4개 교육 과정도 추가로 개설한다.
교육 종료 후에도 전문 컨설턴트의 취업 상담 서비스와 협력사 채용 박람회 등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돕는다.
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한 자립준비 청년은 “진도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 멘토들은 교육시간 이후에도 도와주셨다”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되면서 마음 상처가 컸는데,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극복해나갔고, 컴퓨팅 엔니지어의 목표를 향해 걱정 없이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희망디딤돌을 만든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사내식당, 로비, 산책로 등 곳곳에 비치한 나눔키오스크를 통해 ‘일상의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나눔키오스크에 사원증을 대면 매번 1000원씩 기부된다.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커피가 맛있어서, 한번 크게 웃을 수 있어서, 시도 때도 없이 선행을 한다. 자신들의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모아져,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성장에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자부심이 또 하나의 선행으로 선순환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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