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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석의 이순신 장군”…해전 3부작 화려한 피날레 ‘노량’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완결편
야간 해전 장면 80분, 스펙타클 압도
이순신 장군 최후 담백하게 담아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조선에서 철군하오.”

1598년, 왜군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힘 없는 목소리로 이같은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왜군은 당시 명량에서 패배한 후 남해안 일대로 후퇴한 상태였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히데요시의 유언에 따라 왜군은 철수하려고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해상을 장악한 이순신 장군에 의해 발이 묶인 것.

퇴로가 절실하던 왜군은 조선과 동맹을 맺고 있던 명나라 측에 길을 터줄 것을 은밀하게 요청한다. 고민하던 명나라는 통신선 한 척에 대해서만 눈을 감아주기로 한다. 그리고 이는 임진왜란 사상 최대 왜군 사망자를 낸 노량대첩으로 번진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은 7년 간 벌어진 임진왜란의 대미를 장식한 ‘노량대첩’을 소재로 삼았다. 김한민 감독의 ‘명량’(2014)과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은 이순신 3부작의 완결편이다.

배우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으로 분했고, 백윤식이 백발의 왜군 수장 시마쓰로 변신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이순신 3부작의 피날레에 걸맞게 압도적인 해전 장면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해전 장면만 1시간 20여분에 달한다. 한밤에 시작된 해전은 동이 틀 때까지 벌어진다. 영화의 순제작비만 286억원에 달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는 것은 조선군의 스펙타클한 공격이다. 처음부터 막대한 불화살을 왜군에 퍼붓고 거북선으로 왜선을 거침없이 부순다. 이순신 장군의 강인한 통솔력 아래 조선군의 이러한 강한 공격은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백병전도 이전과 다른 관점에서 보여준다. 이전 작품에선 백병전을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해전 한 가운데서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특히 후반부에 롱테이크로 촬영된 백병전이 백미다. 명나라의 병사에서 시작되는 롱테이크는 조선군, 왜군으로 옮겨간 뒤 칼을 휘두르는 이순신 장군으로 마무리되는데, 전쟁의 참혹함과 아비규환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한민 감독은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과연 어땠을 지 따라가 보고 싶은 생각이 매우 강했다”며 “롱테이크로 가야 삼국 병사들의 아비규환 속에 있는 이순신 장군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관심 가질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장면은 장엄한 북소리와 함께 매우 담백하게 그려진다. 영화는 그의 마지막 순간보다는 전장에서 자신의 죽음을 숨긴 채 조선군의 사기를 북돋으려고 노력한 이순신 장군의 면모를 강조한다. 이같은 연출 방식은 신파나 이른바 ‘국뽕’의 요소를 덜어내고 오히려 품격 있는 최후의 장면을 만들어낸다.

김 감독은 “(최후의 장면이) 담백하게 보일 수 있지만, 큰 오열이 있으면 안되는 전장의 중심에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진정성과 진실함이 담기고, 상황적인 개연성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울러 영화는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유언보다 “전쟁을 이렇게 끝내선 안된다. 반드시 왜군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유언에 더 주목한다. 이는 완벽한 항복 없이는 왜군의 침략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이순신 장군의 고뇌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유언에 영화가 담고자 했던 ‘노량’의 정수가 있는 것 같다”며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뒤 전후 처리가 애매해지면서 묘하게 역사가 반복돼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다만 주요 인물들의 서사가 주로 다뤄지는 영화 초반부 등 일부 구간은 다소 늘어지는 듯한 인상을 둔다. 런닝타임도 2시간 33분으로 긴 편이다.

20일 개봉. 153분. 12세 관람가.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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