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보아 좋은 도깨비–토화랑 x 무니
셀프 운영 도자 누리집–청욱요 x 선영
미지의섬 향내–무자기 x 아이디어두잇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K-컬처를 담은 디자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전국적 유명세를 누린 달항아리는 이제 도자 뿐 아니라 쿠션, 향초의 형태로 진화하는가 하면, 조선시대 암행어사 마패를 모티브로 한 마패교통카드는 서울상징 관광기념품으로 선정되며 MZ세대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나아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담은 디자인 상품이 해외로 전달되며 K-컬처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전통문화 기업들의 기반조성을 위해 전통문화 업계에서 최초로 ‘전통문화 혁신이용권’을 도입했고 2년 차인 올해에도 총 39개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혁신과 사업고도화를 위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중 시제품 제작, 온라인 플랫폼 구축, 디자인 강화 등 지속가능한 전통문화 디자인을 통해 우수 혁신 프로젝트로 선정된 사례를 소개한다.
도깨비를 주제로 하는 토화랑의 주요 상품들. 왼쪽부터 차례로 오일램프, 에센셜 오일버너, 화병, 머그, 인센스버너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
▶오래 보아 좋은 도깨비 – 토화랑 x 무니디자인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한 구절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를 빌리지 않아도 한국인이라면 오랫동안 정을 나눈 사이인 일종의 토템 ‘도깨비’가 있다.
한국의 도깨비는 서양의 괴물과는 다르게 인간을 돕고 풍요롭게 만드는 존재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데 이점을 접목해 도깨비에 예술적인 혼을 불어넣은 도자기 공예품을 만드는 공방이 토화랑이다.
뚜껑과 받침으로 구성된 토화랑의 인센스 버너의 석고 몰딩 세트 구성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
주요 상품은 한국의 전통 공예품인 향로와 호롱에서 착안한 인센스 버너와 오일램프인데, 2019년 세계 3대 리빙 박람회인 뉴욕 나우(NYNOW) 박람회에서 한국의 도깨비 호롱을 처음 선보이며 한국도깨비에 대한 해외 고객들의 높은 호감도와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다. 뉴욕의 뮤지엄 아트샵과 거래를 시작하였고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에도 지속적인 거래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100% 수공예로 제작하다 보니 대량 주문 시 상품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며 단가를 낮추는 것이 어려웠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꾸준한 관심과 구매의사 타진에도 주문을 고사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토화랑의 김형준 대표가 석고 몰드에 슬립 캐스팅한 작품을 들어 확인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
토화랑은 ‘전통문화 혁신바우처 지원 사업’을 통해 시제품 제작을 지원받게 되었다. 디자인과 색감을 유지하면서 다량 생산에도 상품의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 단가를 맞출 수 있는 대안으로 석고 틀을 활용한 ‘슬립캐스팅’에 눈을 돌린 것이다.
디자인 전문 기업인 무니디자인과 함께 오일램프, 에센셜 오일버너, 화병, 머그, 인센스버너 등 5가지 상품의 원형 디자인을 기획하고 석고 몰드를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인센스 버너는 뚜껑과 받침을 별도로 제작한 세트 상품으로 가마 소성 시 수축률을 감안해 가마 소성 후 결합 시 오차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토화랑의 김형준 대표는, “시제품 제작지원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며 “상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해외에 토화랑의 도깨비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선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청욱요 누리집_청욱요 스페이스 소개 |
▶셀프 운영 도자 누리집 – 청욱요 x 주식회사 선영디자인
청욱요는 박주욱 도자 작가가 운영하는 공방으로, 도자기와 다도구를 주요 상품으로 한다. 김해분청도자기축제에 참가한 김해 대표 도예공방이자 전통장작가마를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청욱요는 주식회사 선영디자인을 만나 조금 다른 온라인 홈페이지(누리집)을 탄생시켰다. 사용하기 쉬운 플랫폼과 갤러리 분위기의 쇼핑몰, 도자기 특유의 사진 분위기를 유지하되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셀프 유지보수가 가능하도록 제작했다.
청욱요 누리집_전체작품 페이지 |
청욱요 누리집_작가소개 페이지 |
전통가마에 도자를 번조하는 작가의 정체성을 살려 작가 소개 부분에는 도자기를 굽는 영상을 추가해 역동성을 부여하고, 간접적인 선과 빛 그리고 인물 표현을 통해 쇼핑몰의 깊이를 중심으로 제작했다.
주식회사 선영디자인의 최윤서 실장은 “누리집의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어 공방에서 자체 유지 보수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전해 다른 플랫폼과의 차별성을 알렸다. “초기 누리집 구축 시 찍은 사진과 비슷한 조건에서 추가로 촬영할 수 있도록, 동일한 바닥 타일을 제공하고 동일한 촬영기기를 추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토아이의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 이미지 |
▶섬을 담은 실내향수 패키지 – 무자기 x 아이디어두잇
일부러 꾸미거나 뜻을 더하지 아니함을 뜻하는 ‘무작위’ 단어에서 비롯된 무자기 스튜디오는 전통 도자 산업 지구인 이천의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도자기 제작을 특화한 공방으로 지역과의 상생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모든 과정을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작업장과 협업하며, 매출의 30~40%는 이천시에 소재한 공장, 로컬 작업자들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재생지 및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여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착한 기업이다.
토아이의 외박스 디자인. 아이디어두잇이 디자인했다. |
디자인전문 기업인 아이디어두잇과 함께 무자기의 새로운 홈 프레그런스 라인인 ‘토아이(toai)’의 패키지를 디자인했다.
아이디어두잇은 토아이를 미지의 섬으로 설정하고, ‘일상의 소란에서 벗어나 나만의 독특한 세계로 데려다준다‘는 스토리텔링과 함께 주변의 무용한 것들에서 벗어나 담백한 물건으로 일상을 채우고자 하는 무드를 담았다.
아이디어두잇이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을 통해 무자기에 제공한 토아이 홈 프레그런스 패키지 디자인 모음 |
기존 무자기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패키지 분석을 통해, 모든 과정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고 포장지를 재생지로 통일하여 심플한 포장이 완성되었고, 다섯 가지 토아이의 향마다 스토리와 함께 향을 맡았을 때 연상되는 것을 패키지로 표현하여 후각을 시각화하는데 성공했다.
전통문화상품 관련 디자인의 부흥을 위한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의 숨은 노력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관으로 2022년 국내 처음 시행해 올해로 2년 차를 맞았다. 전통문화 관련 업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기술혁신 및 사업고도화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4년 3월 전통문화혁신이용권 사업 누리집을 통해 공모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협찬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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