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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배터리 재활용’ K-배터리 성장 견인할 열쇠

우리나라는 재활용 모범국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생활쓰레기 재활용률은 57%에 이른다. 이는 전세계 재활용률 20%는 물론 OECD 평균 35%보다 월등하다.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우리는 분리수거를 엄격히 하고 있다.

우리는 왜 재활용에 열심일까. 쓰레기 종량제 효과일 수 있다. 환경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어서일 수도 있고, 자원빈국인 만큼 자원을 더 아껴 써야 한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하나인 이차전지는 어떨까. 이차전지는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와 소재 대부분을 수입해야 한다. 이차전지 재활용에 관심을 높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차전지를 재활용하게 되면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핵심소재를 채굴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다. 리튬 1톤을 채굴하는 데 227만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하니 배터리 재활용은 환경보호에도 큰 역할을 한다.

2025년부터 기 보급된 전기차 배터리 교체시기가 시작된다는 분석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게다가 배터리 재활용은 부족한 자원을 메우는 차원을 넘어 그 자체가 신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기에 더욱 중요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25년 3조원에서 2030년 12조원으로, 2040년이면 87조 규모로 급증한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주요국들은 앞다퉈 배터리 재활용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을 위해서는 핵심소재의 순도를 확인하기 위한 표준물질 개발 및 표준화가 필수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양극소재의 순도는 처음 99.9%에서 사용할수록 점점 떨어진다. 이 순도함량을 정확히 확인하는 데 표준물질 및 측정 표준이 필요하다.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K-배터리 표준화 포럼’을 열고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표준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 운송, 이력관리, 안전성 및 성능평가, 소재 회수, 재활용, 폐기 등 이차전지 가치사슬 전 단계에 대한 표준화 및 인프라 구축을 추진중이다. 또 국제 표준을 선도하고 글로벌 규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TR은 위 포럼에서 정부의 사용후 배터리 표준화 전략에 맞춰 자체 개발한 리튬, 코발트, 망간 등 재활용 양극소재 평가용 표준물질 5종을 발표하고 관련 시험방법을 소개했다.

KTR은 또 지난해부터 ‘배터리 구독서비스(BaaS) 실증 기반 구축사업 주관기관으로서 400여억원을 들여 관리 및 재사용, 재제조 등 배터리 생애 전주기에 걸친 시험인증 인프라를 구미에 조성중이다.

이 같은 활동은 전인미답 상태인 사용후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한 발 앞서 구축하기 위한 선제적인 노력이다. 종량제를 도입하고 재활용 선별장을 설치한 것처럼 표준화 등 제도 도입과 배터리 실증센터와 같은 인프라 확충은 재활용 배터리 경쟁력 확보의 토대가 된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까지 선점하게 되면 K-배터리는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배터리 재활용은 K-배터리의 초격차 성장을 견인할 열쇠다. 한 발 앞선 표준화와 인프라 확충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새 열쇠를 먼저 잡아야 한다.

김현철 KTR(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원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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