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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미국發 리스크들이 몰려온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떠올랐다. 미국발(發) 리스크 이야기다. 한미간 정치적 갈등이 아니다. 한미간 동맹은 탄탄하다. 문제는 경제분야 등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로 연결될 때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열위에 있다. 예상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최근 진행 중인 US스틸 인수·합병 건이다. 일본제철은 지난 19일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3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백악관도 “긴밀한 동맹이라도 국가안보와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며 규제 심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불허 쪽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자 철강 산업의 자존심인 US스틸을 그냥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표심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US스틸 인수합병 과정에서 미국은 일본도 동맹국이지만 자국 이익이 우선임을 극명히 보여줬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도 핵심 변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재선을 노린다. 미국 갤럽조사에 따르면 이달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를 기록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 7명의 임기 첫해 3년 차 마지막 달 지지율은 모두 40%를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5%였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경우 한국에 미칠 영향이다. 현 시점에서의 가정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고, 재집권한다면 우리로선 머리가 복잡해진다. 북핵 문제, 주한미군 감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정치·통상 이슈가 급변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부정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IRA 보조금 혜택 축소 등도 언급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보조금을 줄이기 위해선 의회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권력 교체에 따른 혼란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맞춰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한 한국 기업들로선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미일 3각 공조를 바이든 행정부의 업적으로 여기고, 그것을 무력화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한화 등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정치심장부인 워싱턴D.C.의 조직을 강화하고,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는 등 정보 라인을 보강하는 것도 이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악화하는 미중 갈등은 또다른 위험요인이다. 지난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의 정상회의로 미중 갈등이 ‘안정적 관리’ 국면에 들어가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경제분야에선 입장차가 여전하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에서의 공급망 이슈가 관건이다.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첨단 컴퓨팅 관련 반도체 제재였지만 최근 저가 및 범용 반도체로 이를 넓혔다. 중국도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금지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미중간 고래싸움에 휘말린 한국으로선 더욱 난처해졌다. 미중갈등속에 풀어가야 할 공급망 문제가 통상분야의 ‘킬러문항’이 되고 말았다.

내년 미국 경제도 변수다. 최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기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고금리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가라 앉았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경착륙없이 성장세를 이어갈 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이달 20일까지 수출실적에서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한국 1위 수출 시장이 됐다. 미국 경기가 꺾인다면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의 타격으로 이어지고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한미동맹 70년’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동맹이 군사에서 경제·기술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맞는다. 그러나 이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진행과정에서 본 미국의 반응으로 이미 증명됐다. 자국산업보호가 강해지는 세계적 흐름에서 봤을 때는 엄혹한 현실이다. 만약 포스코를 일본제철이 인수한다고 하면 우리 정부도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미국발 리스크들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엔 메가톤급 악재가 될 수 있다. ‘한미 동맹’이라는 수사에 갇혀 대비전략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대통령실이 국가안보실 산하에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안보실 3차장직을 신설키로 한 것을 보면 맥락은 짚고 있는 듯하다. 통상(通商)은 국익과 상통(相通)한다. 미국의 세계 전략을 더욱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19세기 영국에서 총리를 두번 지낸 헨리 존 템플은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영원한 국익이 있을 뿐이다”고 했다. 올해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같은 말을 남겼다.

권남근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산업부장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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