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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금투세 폐지, ‘총선용’ 불식시킬 공론화 과정 거쳐야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내년 1월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백지화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며 “임기 중 자본시장 규제 혁파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공매도 제도 개선, 대주주 양도세 완화에 이어 1400만 개인투자자들의 요구에 화답한 셈이다. 규제 혁신 차원으로 당장 시장의 관심이 대단하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한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20%(지방세 포함 22%),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의 세금을 매기는 게 골자다.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2년 12월 여야 합의를 통해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일단 한발 물러선 것이다.

새로운 세금이 매겨지는 데 대해 투자자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거래세와 양도세 중 하나에만 세금을 물리고 있지만 우리는 거래세에 더해 금투세까지 도입하겠다고 하니 저항이 클 수 밖에 없다. 거래세를 깍아준다고 해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이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과세 대상이 1만5000명에서 15만명으로 늘어나 증시 큰손들의 자금 이탈 우려가 제기돼왔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면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 자금 이탈로 기업들의 자금줄이 막혀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금투세 백지화는 증시부양 효과가 있다.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주가가 올라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가구당 6만8000원 세금을 덜 내게 돼 전체 소비는 0.2% 늘고 지수를 0.07%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국가 재정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투세를 폐지할 경우 연평균 1조3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다. 세수 부족이 60조원 가까이 이른 상황에서 돈 쓸 곳은 늘어나는데 감세 정책이 이어지는 데에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국회에서 관련법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거대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금투세 폐지는 윤 대통령이 공약한 거래세 폐지와 동시에 추진할 수도 없는 만큼 증시 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와 손질이 불가피하다. 총선을 앞두고 서두를 일이 아니라 무엇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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