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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여행수지 적자 갈수록 태산, 한류 열풍 왜 못살리나

지난해 11월 여행수지가 12억8000만 달러 적자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달인 10월 6억4000만 달러 적자가 한 달만에 두 배로 폭증한 것이다. 지난 2018년 11월(-13억5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동월 기준 가장 큰 폭의 적자다. 동남아, 중국 등의 관광객이 준 반면 해외여행에 나선 내국인 수가 늘어난 탓이다. 중국이 단체관광을 허용했음에도 효과가 기대에 못미친 점도 영향이 컸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여행 문화가 달라진 만큼 변화의 흐름에 맞춘 전략적 대응이 시급하다.

여행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된 것은 우선 내국인들의 ‘보복 여행’이 늘어난 데에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살림살이가 빠듯해도 씀씀이를 줄여 해외여행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내국인출국자수는 전년 동월대비 98% 증가해 206만명을 기록했다. 1~11월 누적 출국자수는 2030만명으로 2023년 한해 2230여만명이 해외로 떠났다. 반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00만명을 조금 넘겼다. 해외로 떠난 이들이 2배나 더 많으니 여행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낸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중국 단체 관광객이 감소한 영향이 크더라도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은데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지금 지구촌 곳곳은 K팝은 물론 콘텐츠, 뷰티, 음식 등 K매력에 푹 빠져 있다. 이름도 없던 한국 김밥이 불티나게 팔리고, 한국 드라마 인기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화장품, 세계 게임 마니아들의 e스포츠 성지로서의 K매력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단군 이래 처음이라는 이런 호재를 살리지 못하는 건 아쉽다.

정부는 올해 20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인데, 지난해 대비 2배나 많은 관광객을 오게 하려면 지금처럼 안이한 태도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중국 관광객은 과거 단체 관광 위주에서 젊은 층 위주의 개별여행이 많아지는 추세다. MZ세대의 여행을 즐기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SNS에 올릴 재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섬세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관광 전략을 짜는 데도 젊은 층이 참여해야 실효성 있는 게 나올 수 있다.

SNS 영향력이 절대적인 시대에 보다 조심스러운 관광객 대응도 필수다. 태국 관광객이 입국이 거부됐다며 SNS에 올리면서 한국 관광 보이콧 움직임까지 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부정적 메시지의 치명성은 전후 사정을 따지기도 전에 일어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관광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중동 등 관광시장 다변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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