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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론] 김건희 특검법과 선배 검사의 예의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관여됐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2020년 4월 총선 직전 열린민주당 최강욱 후보가 고발하면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다. 권오수 전 회장과 관련자들의 1심 재판은 지난해 2월에 유죄(징역 2년, 집행유예 3년)가 선고돼 2심이 진행 중이지만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야권은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으나 윤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과연 언제까지 논란이 이어질지 예측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김 여사 수사에 대해 한 마디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수사를 총괄했던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었다.

그는 북 토크에서 “서울중앙지검장 재임 시절 탈탈 털었느냐”는 질문에 “피가 거꾸로 솟는 얘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통령이 문재인이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검찰총장이 윤석열이었다는 게 중요하다” “당시 제가 수사 지휘를 할 때 윤석열 총장이 서슬 퍼렇게 지켜보고 있었다” “검사들은 총장이 인사권도 있고 실질적인 지휘권을 가지고 있어서 총장 수사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건희 종합 특검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약하자면 자신은 김 여사 관련 주가 조작 수사를 파헤치려고 열심히 수사 지휘했는데 수사하는 검사들이 당시 윤석열 총장이 인사권, 지휘권이 있어서 부담을 가져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라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과연 이 연구위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시간을 2020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윤석열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 인해 정권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지휘권도 박탈됐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되는 등 소위 윤석열 측근이라 불리던 검사들이 모두 좌천된 것도 2020년 1월이다. 윤 총장은 인사권도, 지휘권도 없는 식물총장인 상태였다.

그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김 여사 수사를 책임진 당사자가 바로 이 연구위원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 요직을 두루 맡은 실세 중 실세였다. 윤 총장이 2021년 3월 총장에서 물러난 만큼 수사는 한결 더 강도 높게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니 인사권과 지휘권을 가진 윤 총장 때문에 검사들이 수사에 부담을 가졌다는 이 위원의 말은 사실일 수가 없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재판에 넘기고, 혐의가 없으면 불기소 처분을 할 중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4년째에 이르는 김 여사에 대한 수사 결과를 아직도 국민에게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특검이니 거부권이니 하는 불필요한 국론분열을 초래한 책임은 분명히 검찰에 있다. 특히 당시 1년 이상 수사를 총괄한 이 위원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또한 명확하다.

이 위원에게 묻고 싶다. 대체 무슨 수사를 한 것인가.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도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위원은 윤석열 사이비정권을 끝장내겠다며 사표를 내고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앞으로 유권자인 국민을 만나게 되면 후배 검사들 핑계를 대지 말고 “내가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가 아닐까.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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