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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고체 극초음속 미사일 쏘며 한국을 ‘제1적대국’이라는 北

북한이 도발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며 한반도 주변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제1 적대국’으로 적시했다는 16일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특히 예사롭지 않다.

보도에 의하면 김 위원장은 전날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고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쟁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끔찍하게 괴멸시키고 끝나게 만들 것”이라고 위협했다. 근년들어 가장 강도 높은 대남 협박이다. 더욱이 이같은 김 위원장 발언은 새해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우리의 시정연설 격인 신년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북한은 김 위원장 연설이 있던 날 신형 고체연료를 매단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공개 주장했다. 북한이 그동안 극초음속 발사체를 몇 차례 쏘아 올리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그 경우가 다르다. 지난해 11월 IRBM용 고체연료 엔진의 지상 분출을 시험한 지 두 달 만에 이를 실제 장착해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이 발사체는 속도가 마하 10에 이른다고 한다. 대체로 우리 군이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 속도는 마하 5 정도다. 또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요격 미사일은 마하 8이라고 한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미사일이 발사되면 이를 추적해 요격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고체 연료 추진체 특성상 수시 이동 발사가 가능해 원점 타격 대응도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기존 미사일 방공망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한반도 주변 무기 판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해방 전후나 6·25 당시와 비교될 정도로 위태롭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특히 새해들어 연속적인 서해 포격으로 남북군사합의가 사실상 백지화 된데다 무기 거래를 둘러싼 북·러간 관계는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대만 총통선거 결과로 인한 양안 리스크 확대도 한반도 안보 정세에 부정적이다. 고조되는 안보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미국 등 우방과의 동맹 관계를 더 단단히 하고 안으로는 국민적 단합과 역량 결집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마저 여의치 않아 걱정스럽다. 총선을 앞두고 극단의 진영 논리가 난무하며 갈등과 분열이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리당략보다는 민생과 안보,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 풍토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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