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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빈손’으로 끝난 1기 공수처, 정상화 의지 있기는 하나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20일 퇴임한다. 정치적 격론을 거쳐 어렵사리 닻을 올린 공수처 1기가 마무리된 셈이다.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 수사 전담기구로 지난 2021년 1월 21일 공식 출범했다. 공수처 설립은 검찰에 집중된 힘을 분산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기대와 의미가 컸다.

하지만 지난 3년 활동 성적표는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우선 수사 실적과 결과는 참담할 정도로 초라하다. 김 처장이 재임하는 동안 5건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약속이나 한 듯 모두 기각됐다. 그나마 직접 기소한 사건이 3건 있었지만 유죄 판결을 끌어낸 것은 아직 없다. 더욱이 스폰서로부터 금품·향응 등을 받고 수사 편의를 봐줬다는 혐의로 공수처가 기소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머지 사건도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거나 진행 중이다. 물론 출범 초기의 혼란과 인력 부족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수사기관이라는 단어가 도무지 어울리지 않은 성적이다.

수사 진행 과정도 허점 투성이었다. 이른바 ‘황제조사’ 논란이 그 대표적 사례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는 당시 이 지검장에게 관용차를 내줘 외부 시선을 피할 수 있도록 특별 대우를 해 논란을 자초했다. 게다가 피의자를 조사한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이 지검장은 대표적 친여 검사로 알려져 정치적 편향성까지 불러 일으켰다. 또 ‘고발 사주’ 의혹을 조사하면서 압수수색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 논란과 자질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모두가 상식 밖의 일이다.

내부 운영과 지도부 리더십 역시 ‘기대이하’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오죽하면 출범 첫 해 선발된 검사 13명 중 11명이 떠났겠는가. 공수처 2인자인 차장이 부장검사를 고소하는 내분까지 벌어졌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이런 모습의 공수처라면 국민의 세금을 축내며 제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뼈를 깎는 자성과 대대적 혁신을 통해 속히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상황이 불투명해 보인다. 공수처가 제 역할에 충실한 기관으로 거듭 나려면 차기 수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후임 인선이 마냥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 21일 이후 공수처장 자리가 빈다. 추천위의 최종 후보 2인 추천과 대통령 지명, 국회 인사 청문회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당분간 공수처장 공백은 불가피하다. 공수처를 정상화시킬 의지가 없는 것이라면 아예 해체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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