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2024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미술전 연계 한국미술 공동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시대의 트렌드를 알리는 ‘베니스비엔날레’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대한민국의 예술을 전 세계에 내놓겠습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위원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2024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미술전 연계 한국미술전시 공동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는 4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는 미술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가장 저명한 국제 미술 행사다. 격년으로 미술전과 건축전이 열린다. 올해는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라는 주제로 미술전이 개최된다. 1995년 개관한 한국관은 내년에 30주년을 맞는데, 문예위는 미술전이 열리는 올해 한국미술의 성과를 집대성하고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열린 대화의 장을 열 계획이다.
3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2024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미술전 연계 한국미술전시 공동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합] |
이날 간담회에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미술 전시를 나란히 개최하는 광주비엔날레재단·유영국미술문화재단·한솔문화재단·빌모트재단·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을 비롯해 갤러리현대, 나인드래곤헤즈도 함께 했다.
정 위원장은 “베니스비엔날레는 대한민국 미술을 알리는 장이기에, 어떻게 함께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인가 고민이 있었다”며 “한국미술 홍보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은 순수예술을 지원하는 (문예위 같은) 기관부터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정부 예산이 이미 편성된 상황에서 더 이상 확보가 어려웠지만 결국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근혜 문예위 미술관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2024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미술전 연계 한국미술전시 공동기자간담회’에서 한국관 전시 기획안을 발표하는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문예위는 베니스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집대성한 특별전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시는 오는 4월 18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린다. 1995년 첫 한국관 참여 작가부터 2022년 참여 작가까지 38명의 전시작과 전시작을 바탕으로 한 신작부터 한국관 30주년 아카이브 자료 등이 한 공간에 모일 예정이다. 전시는 산마르코 광장 인근에 위치한 12세기에 건축된 중세 건물인 몰타 기사단 수도원에서 열린다.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기사단 본부로 쓰이다 최근에는 의료지원과 난민 구호활동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임근혜 문예위 미술관장은 “한국관 전시에서는 동시대 한국미술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집중 조명될 것”이라며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적 순환과 국가주의를 넘어선 탈경계적 상상이 바탕이 된 세계관을 펼쳐보이겠다”고 말했다.
한국관이 열리는 몰타 기사단 수도원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베니스비엔날레의 공식 병행전시로 한국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도 대거 열린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올해 창설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를 세계 미술계에 알리는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을 연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에 소개됐던 백남준의 ‘고인돌’과 당시 대상 수상작인 알렉시스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가 전시된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소장품과 역대 출품작 등도 전시된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소설가 한강 작가가 현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광주와 인권, 민주에 대해 강연한다.
아름다운 색채와 대담한 추상 형태로 한국의 자연을 빚어낸 작가 유영국(1916~2002)의 첫 유럽 전시도 열린다.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에서 유화 30여점을 비롯해 드로잉과 판화까지 100여점이 소개된다.
백남준, 고인돌, 1995.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
유영국, Work, 1968.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제공] |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또 다른 한국 최초의 여성 추상화가인 이성자(1918∼2009)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전시 기획은 바르토메우 마리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맡았다. ‘추상’, ‘여성과 대지’, ‘중복’, ‘음과 양, 초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우주’ 연작 등 1959년 초기작부터 2008년 후기작까지 2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뮤지엄 산을 운영하는 한솔문화재단은 빌모트재단과 근현대 단색조 회화 작가인 이배(1956~)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를 개최한다. 정월대보름에 진행되는 한국의 뿌리 깊은 민속행사인 달집 태우기를 현대미술로 알리는 전시다.
갤러리현대는 ‘누아주(Nouage·엮음)’라는 독자적인 양식으로 회화의 혁신을 추구한 작가 신성희(1948∼2009) 개인전을 열어 ‘박음 회화’ 연작과 ‘엮음 회화’ 연작을 소개한다. 다국적 작가 공동체 나인드래곤헤즈는 ‘노마딕 파티’를 주제로 비엔날레 기간 전시와 콘퍼런스를 열 예정이다.
d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