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변론/이장원 지음/ 공존 |
이혼하면 반려동물은 누구의 소유일까.
2016년 캐나다에서 반려견 3마리와 반려묘들을 키우던 부부는 16년 결혼생활을 청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반려견 3마리를 두고 부부는 큰 이견을 드러냈고, 결국 아내는 남편을 상대로 반려견 양육권과 면접권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나왔을까. 법원은 개가 일반 재산이라는 이유로 소를 각하했다. 법원은 “개는 재산이자 소유하는 가축으로 법률상 가족의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법률적 정서는 우리나라도 캐나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화적으론 반려동물이 자식 같은 존재라고 하지만, 여전히 법적인 틀 안에서 반려동물은 소유권이 인정되는 물건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혼할 때 반려동물은 양육의 대상이 아닌 재산 분할의 대상에 속한다.
그럼에도 반려동물 양육권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선 조금씩 달라진 인식이 반영된 판결이 늘고 있다. 2021년 스페인에선 반려견의 공동 양육권을 인정하는 법원이 판결이 나왔다. 스페인 역시 민법상 반려동물을 재산 중 하나로 여기지만, 법원은 민법이 아닌, 2017년에 비준한 ‘애완동물 보호를 위한 유럽 협약’에 근거해 판단을 내렸다. 동물이 일반 재산과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미국 일부 주에서도 동물 양육권 분쟁과 관련해 동물을 재산의 관점이 아닌 보살핌의 대상으로 고려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에 자녀 양육권 분쟁시 자녀의 복리 여부를 따지듯 동물 역시 미래의 양육 환경을 따지도록 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가구 수는 2022년 말 기준 600여만가구로 1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변화에 맞춰 동물보호법은 여러 차례 개정됐고, 1월에는 개 식용 금지법도 제정됐다. 그러나 반려동물 관련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캣맘도 오래된 논란거리다. 캣맘(길고양이에게 음식 등을 제공하는 사람)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캣맘의 급식소를 철거하면 처벌을 받을까.
실제로 2016년 어느 캣맘이 돌보던 길고양이가 지나가던 반려견을 공격하고 견주의 다리를 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견주가 소송을 제기했는데, 캣맘과 고양이의 책임 관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캣맘이 4년 간 사료를 줬다는 이유로 캣맘에게 벌금 150만원을 부과했다.
이장원 변호사는 신간 ‘반려 변론’을 통해 반려동물과 관련한 이런 다양한 논란과 국내외 판결을 살펴본다. 어느 부호가 막대한 유산을 개에게 남긴 이야기부터 야생 동물이 스스로 찍은 셀카의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까지, 흥미롭고 다양한 판결을 다룬다. 저자는 판결을 중심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여러 논란을 다루지만, 법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법은 분쟁을 해결하거나 예방하는 최소한의 도구라는 입장이다.
저자는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기 위해선 선진화된 법과 제도 이전에 인간의 태도와 자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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