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보스턴미술관 홈페이지 공개 자료]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스님의 사리와 이를 보관한 사리구를 되돌려 받기 위한 협상이 열린다.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인 혜공스님 등은 5일(현지시간) 보스턴미술관 관계자들과 만나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반환 여부를 논의한다. 부처님 진신사리와 지공·나옹스님 등의 사리 4과를 모신 이 사리구는 고려시대 만들어진 불교 문화유산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유출된 후 미술관이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난을 당하거나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술관이 반환해야 할 이유가 명확치 않다는 게 이번 논의가 가진 한계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4월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를 살펴보는 모습. [공동취재] |
반환 협상은 2009년 무렵 시작됐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끝내 2013년에 결렬됐다. 지난해 11월에 협상이 재개됐지만, 사리구 반환에 대한 입장 차는 끝내 좁히지 못했다. 불교계에서 성물(聖物)로 여겨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만큼, 사리 반환을 둘러싼 공감대는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당대 시대 양식을 반영한 최고의 불교 공예품인 사리구 반환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조계종과 문화재청은 사리구와 사리를 별개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며, 대여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혜공스님은 지난달 조계종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작년 김건희 여사가 보스턴을 찾아 답보 상태인 사리 반환을 요청하며 협상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며 “사리 반환에 대한 부분은 서로 서면으로 어느 정도는 얘기가 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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