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들의 록 스피릿 ‘스쿨 오브 락’
‘시스터 액트’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따뜻한 웃음과 감동이 필요한 때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두 시간을 투자해 일주일은 행복할 수 있다. 이 무대를 만나기 위해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웃고 울다 시간이 다 간다. 웃음과 감동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뮤지컬이다. 특히 세대를 망라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무대가 끝날 때쯤엔 한껏 승천한 광대와 덩실거리는 어깨를 말리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을 찾아온 본토 뮤지컬 ‘시스터액트’와 ‘스쿨오브락’이다.
“무릎 꿇고 주님께 딥한 러브 보여줘. 일요일 아침은 복음으로 뿜뿌. 주님과의 미친 합을 보여줘.”
아찔하다. 신(神)을 향한 성령 충만한 선 넘는(?) 고백에 주체 못할 웃음이 터진다. 1970년대, 이미 50년 전 지나간 시절은 촌스럽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소울 가득한 디스코 음악고 춤으로 물들인다. 1992년 개봉한 영화 우피골드 버그의 ‘시스터액트’(2월 11일·디큐브 링크아트센터)를 무대로 옮긴 동명의 뮤지컬이다.
‘시스터액트’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아에 초연 이후, 2010년 토니어워즈를 비롯해 다수의 어워즈에서 총 1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현재 공연 중인 작품은 국내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영어 공연권을 사들여 제작했다. EMK가 제작한 국내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웃는 남자’를 연출한 로버트 요한슨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한국 공연을 마치고 오는 7월부터 아시아 투어에 돌입한다.
이야기는 마피아 보스 커티스의 애인이자 무명 가수인 들로리스가 커티스의 살인 현장을 목격하며 시작된다. ‘목격자’로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클라렌스라는 이름의 수녀로 위장에 수녀원에 몸을 숨긴다.
‘시스터 액트’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지금에 와서 보면 ‘클리셰’ 범벅의 예측가능한 스토리이나, 정숙하고 신앙심으로 충문한 수녀원과 그곳의 따분한 새활이 너무도 맞지 않는 들로리스가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좌충우돌이 이 작품의 웃음을 만드는 요소다. 들ㄹ로리스가 성가대 지휘를 맞게 되며 어깨가 절로 들썩이며 등장하는 활기찬 음악, 신변 노출의 위협으로 찾아온 위기, 그 안에서 피어난 수녀들의 우정이 큰 축으로 흘러간다.
저작권 문제로 원작 영화 속 음악을 모두 들을 수는 없지만, 작곡가 앨런 멩컨은 다양한 장르를 위해 뮤지컬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레이즈 유어 보이스’, ‘테이크 미 투 헤븐’를 비롯해 기존 가요인 ‘아이 윌 팔로우 힘’을 가스펠로 편곡한 센스가 돋보인다. 주조연 배우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오디션 당시 국내외 지원자만 무려 2000여명이 몰렸다.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는 김소향을 포함해 총 6명. 영어로 이어지는 무대는 초월 번역과 만나 웃음이 커진다. “이거 실화냐”, “예수 덕후”와 같은 한국의 신조어가 등장하고, 자막의 크기와 서체가 달라지는 부분도 흥미롭다.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내한공연 [에스앤코 제공] |
“권력자에 맞서라(Stick it to the man)!”
2004년 개봉한 잭 블랙 주연의 ‘스쿨오브락’은 미친 재능의 소년소녀들과 잭 블랙을 세 명쯤 모아둔 것 같은 텐션의 코너 글룰리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이 무대엔 구멍이 없다. 평균 나이 12.5세의 아역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주 실력과 노래, 아기자기한 무대 위로 밀도 높게 짜인 스토리가 촘촘히 흐른다.
‘스쿨 오브 락’은 ‘오페라의 유령’, ‘캣츠‘를 내놓은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76)의 작품이다. 웨버의 전작들과는 다소 다른 결의 작품처럼 보이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통해 힌트를 준 웨버의 록 감성의 총체라 할 수 있다.
원작 영화에선 워낙 잭 블랙의 존재감이 컸다. 원작의 아우라는 리메이크 작품에 있어선 독이다. 이번 월드투어에선 지난 2019년 이후 한 번 더 한국을 찾은 코너 글룰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영캐스트들이 함께 하고 있다. 코너 글룰리는 무명 록커에서 명문 초등학교에 위장취업한 듀이로 완벽하게 빙의한다.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내한공연 [에스앤코 제공] |
연출을 맡은 크리스토퍼 키는 “코너 글룰리가 연기하는 듀이는 틀을 깨는 인물”이라며 “우리는 항상 잭 블랙과 같은 사람을 찾아왔지만, 브로드웨이에서 그가 얼터네이터로 듀이 역을 했을 때, 짐 캐리와 잭 블랙을 합친 연기로 엄청난 화제와 소문을 뿌렸다. 이토록 능력있고, 열정적이며 집중력과 추진력을 가진 배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자신이 만든 밴드에서 쫓겨난 듀이가 집세를 내기 위해 친구가 가기로 한 명문 학교에 대리 교사로 위장 취업, 공부밖에 몰랐던 아이들과 함께 밴드를 만들어 저마다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나이를 떠나 모두가 가슴 한 켠에 안고 사는 상처와 아픔이 공유된다.
무시무시한 텐션의 글룰리의 엄청난 에너지와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연기, 평균 5~6세부터 악기를 배워온 어린이 배우들이 피, 땀, 노력이 담긴 뛰어난 연주 실력을 보고 있지면, 때때로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노력의 가치가 여실히 묻어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가기만 하면 최소 3분 안에 ‘록 스피릿’이 충만해진다. ‘한국어 패치’를 장작한 글룰리의 ‘일어나 소리 질러!’가 귀에 꽂히면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게 될지도 모른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