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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만드는 사람들(나용수 지음, 계단)=태양은 어떻게 빛을 내는 걸까. 핵융합은 꺼지지 않는 태양 에너지의 근원을 밝히는 데서 시작됐다. 핵물리학와 양자역학의 전성기였던 20세기, 물리학자 한스 베테는 수소 핵융합에 대한 결정적인 이론을 정립하며 수소 폭탄의 길을 열었다. 이어 소련 과학자들이 핵융합을 실현할 장치인 토카막을 만들어냈다.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력선 그물망을 이용해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두고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현존하는 핵융합장치 가운데 가장 발달한 모델이다. 그러나 토카막의 불안정성과 난류는 여전히 과학자들의 난제다. 최근 들어선 젊은 스타트업이 핵융합 분야에서 앞다퉈 성과를 내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꾸준한 연구 끝에 초전도 핵융합로인 KSTAR를 만들어냈다. 국제 핵융합 실험로(ITER)의 통합운전 시나리오 국제전문가 그룹 의장 출신인 나용수 서울대 교수는 핵융합의 원리, 역사부터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의 발자취와 미래를 살펴본다.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마틴 푸크너 지음·허진 옮김, 어크로스)=인류 역사에서 순수한 문화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하버드대 영문학과 교수인 마틴 푸크너는 4000년에 걸친 인류 문화의 15가지 이야기로 이 같은 도발적인 명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밝힌다. 일례로 로마 제국은 자신이 정복한 그리스의 문화를 향유했다. 당나라는 인도의 종교인 불교를 수용했다. 바그다드는 이슬람 이전의 지식을 집대성했다. 시대와 대륙을 초월한 각기 다른 개성 있는 이야기지만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강력한 문명을 만든 동력은 결코 ‘순수함’이 아니었다는 것. 문화를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저자의 관점에서 세계사를 다시 보면, 종국엔 문화가 실제 작동하는 방식에 맞는 언어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자기 문화만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국수주의 시대에서 과연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까. 답은 명쾌하다. 문화가 이동하고 변신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픔이 내가 된다는 것(오지영 지음, 파이퍼프레스)=18세에 겪은 갑작스러운 고통. 4년이 지난 22세에 다시 시작된 통증 때문에 찾은 병원에선 무슨 병인지 알지 못했다. 여러 검사 끝에 얻은 병명은 타카야수 동맥염. 100만명 중 2명 정도 발생한다는 희귀 난치병이다. 저자는 치료법도 알 수 없는 이 병을 18세 때부터 지금까지 삶의 반 이상을 함께 하고 있다. 자신의 병을 소개할 때도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애증 관계의 ‘찐친’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일찍 찾아온 희귀병 덕분에 “인생은 행복을 좇는 과정이 아니라 아픔을 마주하는 과정”이라는 인생의 교훈을 너무나 빨리 알아버렸다. 하지만 절망적이지만은 않는다. 고통 덕에 빛나는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매일의 작은 기쁨과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내가 더 아파”가 아니라 “아픔을 버티다 보니 그래도 인생은 살만 하더라”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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