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한 과일가게에 귤 등이 진열돼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아이스크림 시장이 비수기인 데다 확보한 원료가 있어 당분간 생산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작년과 같은 작황 상황이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생산량 감소에 따른 과일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식품업계로 이어졌다. 제주산 감귤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아이스크림·음료 제조 업체의 고민도 커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생산 제품을 중단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현 상황이 계속되면 수입산 대체 등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산 과일의 물량 수급 문제로 수입산을 쓰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1996년 해태음료(현 해태htb)가 출시한 ‘갈아만든 배’가 대표적이다. 갈아만든배는 100% 국내산 배과즙(퓨레)을 용기에 표시해 출시했지만, 원가 부담으로 2021년 9월부터 중국산을 섞어 쓰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전면에 내세웠던 국내산 표기는 사라졌다. 현재 배 과즙의 83.3%는 국내산, 16.7%는 중국산이다.
과일 물량과 가격 부담으로 국내산 착즙 주스를 제조하는 음료 제조사도 속앓이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 회사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과일 공급처를 다양화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귤주스를 생산하는 음료업계 관계자도 “주스 업계가 전체적으로 수익이 낮은 상황”이라며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원가율까지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일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가락시장 경락가격 시세에 따르면 21일 현재 감귤(상급) 3㎏ 가격은 3만7100원으로 1년 전(2만1532원)보다 72.3%가 올랐다. 경락가격은 서울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과 공판장에서 경매해 낙찰된 가격을 뜻한다.
배(신고·상급) 15㎏는 8만9016원으로 1년 전(3만6055원)보다 두 배 이상, 사과(부사 상급) 10㎏는 2만1382원에서 7만9957원으로 세 배 가까이 올랐다. 한국은행의 1월 생산자물가 지수 역시 사과(7.5%)와 감귤(48.8%) 등 주요 과일 가격 상승 여파로 전월보다 0.5% 상승한 121.80(2015년=100)을 기록했다.
과일 음료를 판매하는 커피전문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대형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현재 확보한 과일로 아직 문제는 크지 않지만,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메뉴를 없앨 수도 있다”면서 “특히 소형 커피전문점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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