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광장] AI와 AI 반도체

챗 GPT(Chat-GPT)로 인공지능(AI) 기술을 빠른 속도로 일반인들에게 전파한 오픈 AI(Open AI)가 지난 주말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주는 AI 시스템을 공개했다. 최대 1분 길이의 동영상이라고는 하지만 텍스트만으로 동영상을 생성하고 기존의 이미지도 동영상으로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기술의 발전이다.

앞서 지난 2월 초에는 오픈 AI의 CEO인 샘 올트먼(Sam Altman)은 “오픈 AI는 UAE를 포함한 투자자를 찾고 있다. 최대 7조 달러가 필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 개발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도 재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발표 후에 세계 언론은 AI 반도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내었다.

AI 반도체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엔비디아(Nvidia)는 곧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전기 실적이 좋았고 최근 주가가 연일 폭등하고 있어 이번에도 실적이 좋게 나올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는 이미 194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최근에 인공지능과 AI 반도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인공지능이 연구실 밖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97년 당시 체스 세계 챔피언이었던 러시아의 가리 카스파로프와 IBM이 만든 체스 특화 컴퓨터인 딥 블루(Deep Blue)의 대결에서 컴퓨터가 승리하면서 컴퓨터는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오랜 고정 관념이 깨졌다.

2011년엔 미국의 TV 퀴즈 쇼에 출전한 IBM의 왓슨(Watson)이 두 차례 우승하면서 인공지능의 활용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AlphaGo)와의 대국이 큰 관심을 끌었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한동안 관심이 멀어진 것은 기술 발전 속도가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AI 기술은 아직 하드웨어로 완벽하게 구사할 수 없고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는데, 충분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 국민에게 잘 알려진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 대국하기 위해 약 3000여 대의 기업용 서버를 연결해서 작동했다. 여기에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 103만개의 메모리반도체 그리고 100여 명의 과학자 등 엄청난 물적·인적 자원이 동원됐고 시간당 170kw의 막대한 양의 전력이 소모됐다.

AI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에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장비들이 필요하다 보니 발전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AI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모방해 ‘딥 러닝’ 방식으로 여러 상황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사물과 사건을 실시간 인식하고 처리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순식간에 계산하고 결과를 전송해야 하는데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를 감당하기 위해 고속·대용량의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CPU와 메모리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CPU를 활용한 기존의 컴퓨터 계산방식은 하나의 명령을 한 개씩 차례대로 처리해야 하므로 AI 기술이 요구하는 속도를 처리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연구되고 있는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뉴로모픽’ 반도체 기술이다. 인간의 뇌 세포(Neuron)와 영어 모픽(Morphic·모방하다)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인간의 뇌의 작동 원리를 본 딴 ‘인공 뇌’를 만들어 기존 반도체들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모로픽 반도체는 연구개발 단계로,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았고 최근 자주 언급되는 AI 반도체와는 다른 제품이다.

최근에 언급되고 있는 AI 반도체는 ‘AI 기술 구현이 가능한 반도체’ 혹은 ‘AI용 반도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AI 반도체의 대표 기업으로 알려진 엔비디아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AI 기술 구현에 최적화됐기 때문에 AI 반도체라고 불리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GPU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기업이었는데 화면을 처리하는 GPU가 병렬 계산에서 CPU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 밝혀졌고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이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이 시스템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AI 반도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최근 언급되는 AI 반도체의 범위는 엔비디아의 시스템을 포함해 상당히 넓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인터넷과 같이 모든 제품에 당연히 적용되는 기술로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모든 반도체는 AI 반도체가 될 것이며, AI 반도체가 향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joze@heraldcorp.com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