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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알맹이 빠진 밸류업...매력적인 유인책 내놔야

정부가 26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시장은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책 기대감에 상승했던 저(低)PBR(주가순자산비율)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77% 떨어진 2647.08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의 눈높이에 못 미친 때문이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수 십 년 동안 굳어진 잘못된 체질을 고치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 정부가 자사주 매입, 배당 등에 따른 세제 혜택 등을 추후 내놓기로 하는 등 정책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부가 공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기업 스스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 연 1회 공시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 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게 골자다.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게 큰 방향이다. 이런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관련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해 출시하고 연기금 등의 스튜어드십 코드(행동지침)도 개정하기로 했다. 다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얼마나 기업들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매력적인 인센티브도 없다.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등 5종의 세정지원이 전부다. 자사주 소각에 대한 세제지원이나 법인세 감면 등을 기대했던 기업으로선 실망이 클 수 밖에 없다. 보다 강력한 유인책이 있어야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 원인으로 지적돼온 지배구조 개선이 빠진 점도 아쉽다. 이사회가 주주 전체 이익을 대변해 기업 가치 개선 노력을 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특정인 거수기 노릇만 해온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

주가가 제대로 평가를 받으려면 근본적으로는 혁신을 통한 기업실적이 뒷받침돼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일본 증시의 비상에는 일본 정부가 오래 공들여온 기업 가치 제고 정책이 효과를 본 측면도 있지만 최근 일본 기업들의 눈부신 실적이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국내 기업들의 42%가 지난해 영업이익 급감으로 이자도 못내는 처지다. 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데 각종 부양책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건 거품만 만들어낼 뿐이다.

정부가 공매도 한시적 금지, 대주주 주식양도세 완화에 이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까지 줄 지어 부양책을 내놨지만 주가가 지지부진한 건 근본적인 문제가 한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과도한 상속·증여세, 인색한 주주 환원 등 해결 과제가 적지 않다. 기업이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고 투자자들은 기업을 신뢰하고 정당한 투자이익을 얻어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건강한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한참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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