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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천과정 투명하지 못하면 누구도 표심 얻지 못할 것

총선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공천에서 제외된 비명계 의원의 탈당이 줄을 잇고, 고민정 의원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내홍을 넘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마저 나올 정도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천 배제는 민주당 갈등의 정점이라 할만 하다. 사실 임 전 실장의 공천 실패는 어느 정도 예고돼 왔다. 느닷없는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이 당내에서 불거진 것이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임 전 실장은 86정치인의 맏형으로 대표적 비명계 인사다. 더욱이 그는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 중 한 명으로 이재명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분류돼 왔다. 그 싹을 미리 자르고 자신의 지켜줄 친위부대를 전진 배치해 당을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게 이 대표의 의도이고, 또 공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실제 속속 윤곽을 드러내는 민주당 공천 결과를 보면 공정성이 의심스러운 측면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최우수 의정 활동 평가를 휩쓴 김영주 의원이 ‘하위 10%’에 포함된 게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경선 여론조사 업체 부정 선정 의혹이 불거지고 이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장이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공천관리위원장은 평가 점수 공개 약속을 대놓고 어겼다. 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체포 동의안 표결’에 찬성한 의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거세다. 반면 친명계 인사와 의원들은 줄줄이 단수 공천을 받아냈다. 엊그제 발표된 7차 심사 결과만 해도 17개 단수공천지역 중 15개 지역구에서 친명계 현역 의원들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이러니 의정 활동 평가 등 객관적 기준보다 이 대표와의 친밀도에 따라 공천이 좌우된다는 불만이 폭발하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총선 때마다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 도를 넘어선 듯하다. 공천의 핵심은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다. 이게 확보되지 않으면 결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특정 계파가 공천을 독식하며 오만하게 총선에 임했다 처절한 실패를 맛본 사례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선 ‘친명횡재, 비명횡사’란 말이 이제는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만큼 편파적 공천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아무 말이 없다. 공천이 끝나면 바람이 잦아들고 다시 ‘반윤석열’의 단일 대오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한번 돌아선 민심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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