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재즈 뮤지션 이판근 [한국대중음악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정원영, 윤희정, 봄여름가을겨울을 배출한 한국 재즈 1세대 뮤지션 이판근이 3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고인은 1934년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아버지의 영향으로 재즈 음악을 접하며 자랐다. 1945년 광복 이후 귀국, 마산상고를 다니며 밴드부에서 알토 색소폰을 연주했다. 서울대 상과대학에 진학한 이후 미8군에서 아르바이트로 연주 생활을 하며 음악계에 발을 뒀다.

1958년 대학 졸업 이후 2~3년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재즈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음악의 길로 접어들었다. 1960년 전후 미8군 ‘뉴 스타 쇼’(New Star Show)에서 색소폰을 연주했고, 이후 전자 베이스로 악기를 바꿔 재즈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한국 재즈의 전설인 고(故) 이정식 악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판근은 재즈 뮤지션이면서 재즈 이론가이기도 하다. 미국 유학파들이 번역한 버클리 음대 교재를 구해 독학으로 재즈 이론을 공부했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즈 이론을 재정립해 후배들의 가르쳤다. 1970년대 후반엔 숱한 제자들이 배출됐다. 정원영, 봄여름가을겨울, 이정식, 김광민, 윤희정, 이정식 등 재즈와 대중가요를 아우르는 뮤지션들이다.

재즈 이론을 정립하고 전파, ‘한국 재즈의 대부’로 불린 그는 생전 작곡과 편곡에도 힘을 쏟아 ‘당신은 나의 누구세요’, ‘소월길’ 등 200곡이 넘는 곡을 남겼다. ‘국악의 세계화’에도 앞장서 우리 전통 음악과 재즈의 접목을 시도했다. 2012년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을 받았다. 고인의 음악 인생은 2010년 그의 헌정 음반 제작과 콘서트 기획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로 조명됐다.

빈소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5일 오전 11시 30분이다.